'왕사남' 400만 돌파하더니..."너무 불쌍해" 영월엔 '돈쭐', 광릉엔 '별점 테러'
파이낸셜뉴스
2026.02.19 14:39
수정 : 2026.02.19 15:25기사원문
4월 '단종제' 이야기하며 "단종은 현재형…영월, 왕을 품은 고을"
지도앱 '청령포'·'광릉' 엇갈린 리뷰…카카오맵, 광릉 '세이프모드'
[파이낸셜뉴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의 흥행 돌풍이 심상치 않다. 설 연휴 기간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하며 누적 관객 수 400만명을 돌파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설 명절을 맞으면서 김혜경 여사와 왕사남을 관람한 게 알려지며 흥행에 불을 지폈다.
그러면서 강원 영월이 관심의 중심에 섰다. '왕사남'은 조선 단종이 폐위된 뒤 유배지인 강원 영월에서 촌장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과 생애 마지막 시기를 보내는 모습을 그렸다. 배우 유해진이 촌장 역으로 주연을 맡았고 장항준 감독이 연출했다.
"영월은 왕을 품은 고을"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최근 영월과 청령포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지난 17일 인스타그램 계정엔 '영월살이 20년차'라 소개한 네티즌의 영상과 글이 사람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겼다.
글을 작성한 A씨는 "요즘 '왕과 사는 남자' 덕분인지 영월이 부쩍 북적인다. 청령포 배 타려면 줄이 끝이 안 보인다더라"며 "지인이 보내준 긴 웨이팅 사진을 보며 '아, 단종이 다시 불리고 있구나' 싶었다"면서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에는 영화 속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사람들이 긴 줄을 선 게 보인다. 그러면서 A씨는 매년 4월 영월에서 지내는 '단종제'를 이야기했다.
그는 "대표적인 향토문화제다. (매년) 제를 앞두고 여협 소속 단체장들은 청소도구를 이고 지고 단종릉 산길을 오른다"면서 "지난해 영월살이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청소를 핑계로 출입이 제한된 능 안에 들어가 봤다"고 운을 뗐다.
이어 "분홍빛 산자고가 고요하고 단정하게 피어 있던 모습에 나 혼자 들떠 있었는데, 일흔이 넘은 어느 회장님이 품에서 제주 한 병을 꺼내 조용히 붓고 계셨다"며 "그 순간 알았다. 이곳 사람들 가슴엔 단종이 아직도 현재형이라는 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단종제는 축제가 아니라 마을 전체가 치르는 집안 제사였다. 그래서 영월은 왕을 품는 고을"이라고 되짚었다.
영화의 흥행으로 영월 지역이 들썩이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가족이 영월에서 식당하신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네티즌은 "우리 이모가 영월에서 식당 하시는데 요즘 '왕사남' 때문에 영월 왔다는 손님 엄청 많다고 한다"면서 "동네 사람들도 모이면 다른 이야기 하다가도 결국 왕사남 이야기로 끝내는 게 일상이라 하신다"고 전했다.
영월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글들에 사람들도 반응했다.
"단종을 보러가는 백성들 같아서 찡하다"거나 "이번 주 일요일에 딸이랑 간다. 영화도 두 번이나 봤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지도앱에도 광릉 별점 '테러'... 영월은 별 '5개'
구글맵이나 네이버지도, 카카오맵 등 장소 페이지 리뷰에도 영화 이야기는 빠지지 않았다.
단종이 유배된 청령포를 소개하는 지도앱 리뷰에는 "영화 보고 왔다", "영화에 과몰입한 사람. 차가운 강물을 건넜을 단종을 생각하며 둘러봤다" 등 방문 후기를 적거나, 별점 5개를 올렸다.
한 네티즌은 "역사에 대해 한 번 더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단종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조금이라도 마음을 새길 수 있었다"며 "강을 건너서는 평안하시길"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반대로 세조의 능인 경기도 남양주 광릉을 안내하는 지도앱 페이지엔 비판 댓글과 ‘별점 테러’가 올라오고 있다. 세종의 둘째 아들인 세조는 1453년 계유정난(癸酉靖難)을 일으켜 조카 단종에게서 왕위를 찬탈했다.
단종의 서사를 담은 영화에서 세조는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한명회를 통해 악인으로 표현됐다.
광릉을 소개하는 카카오맵 장소 페이지는 지난 4일 영화 ‘왕과 사는 남자’ 개봉을 전후해 별점을 반영하거나 댓글을 올리지 못하게 ‘세이프 모드’로 전환한 상태다.
다만 세이프 모드는 일시적으로 작동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 해제된다. 이걸 노리고 해제 시점을 기다렸다가 댓글을 적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도앱에는 "조카의 시신을 매장하지 않고 짐승에게 먹히게 방치한 인간이 누워있는 곳인가", “(부친인) 세종대왕의 가장 큰 과오” 등 세조에 대한 비판 글들이 달렸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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