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전 왕자 체포…영국 왕실 300여년 권위 흔들
파이낸셜뉴스
2026.02.20 10:09
수정 : 2026.02.20 10:09기사원문
샌드링엄 영지서 체포 후 조사 뒤 석방
공직 비위 의혹, 엡스타인 관련 정보 제공 혐의
1647년 이후 왕실 고위 인사 체포 첫 사례
군주제 상징성 자체에 타격
[파이낸셜뉴스]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 앤드루 마운트배튼 윈저(66) 전 왕자가 경찰에 체포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영국 왕실이 중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현지시간)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영국 경찰은 이날 찰스 3세의 사유지인 노퍽 샌드링엄 영지 내 앤드루의 거처에서 그를 체포해 조사한 뒤 석방했다. 혐의는 공직자로서 해외 무역특사 활동 중 취득한 기밀성 투자 정보를 미국 억만장자 성범죄자 고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전달했다는 공직 비위 의혹이다.
이는 생전 차남인 앤드루를 감싼다는 비판을 받았던 엘리자베스 2세의 대응과 대비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앤드루는 2008년 엡스타인이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친분을 유지해 비판을 받아왔다. 2021년에는 엡스타인과 관련된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가 17세 당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민사 소송을 거액 합의금으로 마무리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왕자 칭호와 모든 군 직함 및 후원 직책을 박탈당했으며, 이후에도 추가 의혹이 이어졌다. 이번 체포는 영국 현대사에서도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영국 왕실의 고위 인사가 체포된 것은 1647년 찰스 1세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다.
현지 매체들은 참수된 찰스 1세와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수백 년간 유지돼 온 왕실의 권위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고 전했다. 이번 수사는 반군주제 단체 ‘리퍼블릭’의 그레이엄 스미스 대표가 앤드루를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여론도 악화 추세다. 최근 영국 내 여론조사에서 군주제 지지율은 45%로 2020년 63%에서 크게 하락했다. 특히 18~24세 젊은 층 지지율은 20%대 초반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앤드루 개인에 대한 부정 평가는 90%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다.
왕실 역사학자 케이트 윌리엄스는 CNN에 “이번 사태는 1997년 다이애나 사망 이후 왕실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며 “대중은 찰스 3세와 윌리엄 왕세자가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WP는 “소셜미디어가 발달하고 35세 미만 세대가 군주제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대에 과거의 위기관리 방식이 통할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영국 경찰은 석방 이후에도 압수수색 등 관련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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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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