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행 비행기서 펑펑 운 최민정… '빙판의 여제' 무너뜨린 편지 한 장

파이낸셜뉴스       2026.02.23 07:00   수정 : 2026.02.23 07:00기사원문
비행기서 터진 눈물… 여제를 울린 편지 한 장
"넌 이미 내 금메달"… 6살 꼬마로 돌아간 순간
왕관의 무게보다 아팠을 '상처투성이 딸'
엄마 사랑으로 완성한 찬란한 '라스트 댄스'



[파이낸셜뉴스] 세상의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그녀가 목에 건 '7번째 메달'의 찬란한 빛을 향해 쏟아질 때, 단 한 사람의 시선만은 다치고 멍든 딸의 굽은 등을 향해 있었다.

빙판 위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얼음 공주'이자 전 세계가 두려워하는 '여제'였지만, 비행기 안에서 꾹꾹 눌러쓴 편지 한 장을 펼쳐 든 그녀는 영락없는 6살 꼬마로 돌아가 하염없이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한국 올림픽 역사상 그 누구도 닿지 못한 '통산 7개 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린 최민정(28·성남시청). 그녀가 그토록 무거웠던 '마지막 올림픽'의 중압감을 이겨내고 밀라노의 빙판을 웃으며 떠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상처투성이 딸을 향한 어머니의 조건 없는 지지와 사랑이 자리하고 있었다.

21일(한국시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된 한 장의 손 편지. 그것은 결전의 땅 밀라노로 떠나는 딸의 손에 어머니가 가만히 쥐여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부적이자 위로였다.



어머니는 편지에서 6살 때 스케이트를 처음 신던 작은 아이가 이렇게 큰 무대에 선다는 게 기적 같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이번이 마지막 출전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엄마도 마음이 울컥해진다며, 그동안 딸이 얼마나 많은 일을 참고 버티며 울어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다독였다. 남들 눈에는 대단하고 화려한 국가대표 선수겠지만, 엄마의 눈에는 그저 힘들어도 늘 참고 웃어 보이던 가여운 딸일 뿐이라는 어머니의 짙은 진심.



그리고 편지의 마지막, 어머니는 결과에 상관없이 다치지 말고 웃으면서 돌아오라며 "너는 이미 엄마 인생의 금메달"이라는 가슴 먹먹한 당부를 잊지 않았다.

국가가 부여한 에이스의 책임감, 쏟아지는 견제, 닳고 닳은 무릎의 통증까지. 홀로 감내해야 했던 빙판의 무게는 얼마나 혹독했던가. 밀라노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민정은 출국하는 날 비행기에서 이 편지를 읽고 참 많이도 울었다며, '엄마 인생의 금메달'이라는 그 한 줄 덕분에 이 힘든 과정을 온전히 견뎌낼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어머니의 편지 덕에 무너질 뻔했던 마음을 다잡은 최민정은, 결국 이번 대회에서 3000m 계주 금메달과 1500m 은메달을 수확하며 대한민국 동·하계 올림픽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모든 레이스를 마친 뒤 후련함과 회한이 뒤섞인 눈물과 함께 "이제 올림픽에서는 나를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라며 마지막을 고한 여제의 퇴장.

그녀가 빙판 위에 남긴 7개의 메달은 단순한 쇳조각이 아니다. 그것은 상처투성이 딸이 흘린 피땀과, 그 딸을 지켜보며 남몰래 가슴을 쳤을 어머니의 눈물이 빚어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눈부신 보석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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