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예쁘고, 참 잘했다"… 짐 내려놓고 활짝 웃은 차준환·이해인, 빛나는 미래를 보다
파이낸셜뉴스
2026.02.23 19:00
수정 : 2026.02.23 19:00기사원문
진통제 투혼 딛고 활짝… 차준환, 8년 만의 갈라쇼서 피운 '한국의 미'
두루마기 벗어 던진 이해인… 시련의 끝에서 되찾은 '진짜 미소'
순위도, 메달의 무게도 내려놓았다… 전 세계 홀린 두 청춘의 춤사위
"참 예쁘고, 참 잘했다"… 아픔 딛고 단단해진 한국 피겨, 더 눈부실 내일
[파이낸셜뉴스] 모든 경연이 끝나고 순위의 굴레에서 벗어난 은반은 그 어느 때보다 눈부셨다. 메달의 색깔은 중요하지 않았다.
22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갈라쇼. 한국 피겨의 현재이자 미래인 차준환(서울시청)과 이해인(고려대)은 전 세계 팬들 앞에서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연기로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극심한 오른쪽 발목 통증. 진통제에 기대어 서 있기조차 힘들었던 세 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차준환은 기적을 썼다. 최종 4위. 비록 간발의 차이로 시상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2022 베이징 대회 당시 자신이 세웠던 한국 남자 피겨 올림픽 역대 최고 순위(5위)를 다시 한번 경신하는 쾌거를 이뤘다.
결연했던 경쟁을 마친 차준환은 2막 무대에 올라 국악인 송소희의 'Not A Dream'에 맞춰 환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2018 평창 대회 이후 무려 8년 만에 밟은 올림픽 갈라쇼 무대였다. 부상의 짐을 잠시 내려놓은 그의 스케이팅은 깃털처럼 가벼웠고, 한국적인 선의 아름다움을 살린 섬세한 표현력은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어도, 그의 투혼과 예술성은 은반 위에서 그 누구보다 빛났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누구보다 깊은 시련의 터널을 지났던 이해인.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억울한 오명 속에서 올림픽 출전 자체가 불투명했던 그는 보란 듯이 톱10(8위)에 진입하며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이날 3막 무대에 선 이해인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콘셉트를 차용해 'K-팝 아이돌'로 파격 변신했다. 검은색 두루마기에 갓을 쓰고 부채를 든 채 '저승사자'로 등장한 그는 강렬한 안무로 시선을 압도했다.
압권은 음악이 전환되며 두루마기를 벗어 던지는 순간이었다. 마치 자신을 옭아매던 과거의 억울함과 마음의 짐을 훌훌 털어버리는 듯한 후련한 퍼포먼스였다.
3연속 더블 악셀을 성공시키며 파워풀한 댄스를 선보인 그의 얼굴에는 그늘 한 점 없는 미소가 가득했다.
"미소로 3차례 무대를 모두 마치며 행복한 스케이터로 기억되고 싶다"던 그의 꿈이 완벽하게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올림픽은 4년에 한 번 열리는 잔치지만, 그 무대에 서기 위해 선수들은 수천, 수만 번 빙판 위에서 넘어지고 다시 일어난다. 차준환의 발목 통증이 그랬고, 이해인의 남모를 눈물이 그랬다.
하지만 두 선수는 결코 무너지지 않았고, 마침내 밀라노의 빙판 위에서 가장 환하게 웃었다.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낸 뒤, 전 세계 팬들과 하나 되어 갈라쇼를 즐기는 모습은 그 어떤 시상식보다 아름다웠다.
폭풍 같았던 올림픽 일정을 모두 마친 두 선수에게, 지금 국민들이 건네고 싶은 말은 단 하나 일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와 줘서 고맙다고. 참 예쁘고, 참 잘했다고 말이다. 시련을 딛고 한 뼘 더 성장한 이들이 만들어갈 대한민국 피겨의 내일에 귀추가 주목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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