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의약품도 타깃… 대미투자 압박 카드될 수 있어"

파이낸셜뉴스       2026.02.22 18:14   수정 : 2026.02.22 18:14기사원문
국내 통상 전문가 진단
트럼프, 선거 앞두고 관세 강공
외교·안보 아우르는 대응 필요
대미투자특별법도 조속 처리





"상호관세를 대신해 반도체·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 압박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

"선제적으로 대미 투자 약속 이행에 들어가야 한다."

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22일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근거) 무효화 판결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주요국을 대상으로 더욱 강력한 관세 정책이 가동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오는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관세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관세 15% 일괄 부과(150일 시한), 이른바 '슈퍼 301조'(1998년 제정·현재는 폐지) 수준의 파급력을 지닌 1974년 제정 미국 무역법 301조상 보복관세 발동도 예고한 상태다.

상호관세 무효화 조치의 풍선효과로 품목별 관세(무역확장법 232조, 현재 자동차·철강에 적용)가 반도체, 의약품, 로봇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 조준 가능성"

자유무역협정(FTA) 교섭대표를 지낸 최석영 전 외교부 경제통상대사는 본지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대신해 자동차, 철강 등 기존 품목별 관세 외에 반도체, 의약품 등으로 품목관세 범위를 광범위하게 확대할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전 대사는 "관세 부과 문제와 더불어 이들 품목이 대미 투자 압박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여전히 가용 수단이 많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위법으로 판단한 부분은 IEEPA를 근거로 한 상호관세에 한정되며, 품목별 관세(무역확장법 232조)나 1974년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관세 카드는 여전히 유효하다. 우선 150일간 미국 무역법 122조에 의거한 긴급조치(일괄 15% 관세 부과)와 더불어 품목별 관세 압박을 가하는 한편, 301조상 무역불공정행위 조사 마무리 및 보복관세 순으로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장상식 원장도 "품목별 관세 확대, 슈퍼 301조상 보복관세 등 다양한 수단을 혼용해 국가별로 타기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유럽과 경쟁하는 자동차, 대만과 경쟁하는 반도체 등이 대표적 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주원 연구본부장은 "국가별 차별이 가해질 수 있는 이른바 '슈퍼 301조' 발동 시사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과거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미국 슈퍼 301조의 주요 타깃이었으며, 농산물·자동차·철강 등이 대상이었다.

■선제적 종합 대응 전략 필요

한국경제연구원의 정철 원장은 "미국 현지 네트워크 등 한미 간 소통 강화를 통해 관세뿐 아니라 외교·안보를 아우르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보 협력을 위한 핵 잠수함 도입, 한미 조선협력 사업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이행 등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대미 투자 약속 철회나 조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취지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한층 강경해질 것이란 전망과 궤를 같이한다.

최 전 대사 역시 이런 관점에서 "한국, 일본 모두 투자계획을 조정해 달라는 얘기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미 연방대법원 판결 직전에 워싱턴으로 날아가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이행 의지를 재확인하며,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를 확정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의 허윤 교수는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허 교수는 "법적 우회 경로를 통해 관세 정책의 드라이브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만큼,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화 판결에도 불구하고 우리 측이 미국과 합의한 대미 투자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적극적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며 "국회 역시 초당적으로 속도감 있게 대미투자특별법을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수입허가권상 수수료 부과 등 비관세장벽 역시 강화될 수 있어, 우리 기업들이 전보다 훨씬 더 큰 위험요인에 노출된 상태"라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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