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무력화에 웃는 中… 트럼프에 안보 등 양보 받아내나
파이낸셜뉴스
2026.02.22 18:20
수정 : 2026.02.22 21:32기사원문
트럼프 방중 앞두고 기류 변화
대두 수입 카드로 美 압박 전망
대만 문제 연계 가능성 부각
재정난·대러 관계에 운신 제약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조치를 무효로 판단하면서 미중 관계에 또 다른 변수가 추가됐다. 양국이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피하기 위해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게 됐다.
22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판결은 중국의 협상 입지를 일정 부분 강화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쑨윈 중국 프로그램 국장은 "이번 판결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측에 도덕적 우위를 줄 수는 있지만 현실에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판결 직후 10%의 전면 관세를 일시적으로 부과한 뒤 이를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거론하며 "중국은 수천억달러의 흑자를 냈고 우리는 그 과정에서 중국을 재건했다"며 관세 정당성을 주장했다.
중국 측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대사관 류펑위 대변인은 "관세와 무역전쟁은 양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미중 경제·무역 협력과 글로벌 경제에 더 큰 확실성과 안정성을 제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시진핑이 대법원 판결을 공개적으로 과시하기보다는 정상회담에서 개인적 신뢰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앨리 와인 선임 자문은 미중 간 취약한 무역 휴전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을 경우 트럼프가 안보 분야에서 일정한 양보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과거에도 긴급권한법을 활용해 중국산 제품에 20%의 관세를 부과했고, 이후 상호관세를 확대 적용한 바 있다. 양국은 지난해 10월 정상회담 이후 기본 관세율 10%를 유지하는 1년 휴전에 합의했으며 이른바 펜타닐 관세도 10%로 인하됐다.
아울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웬디 커틀러 부소장은 "미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의 합의 이행 여부를 조사 중"이라며 "대안 시나리오가 빠르게 가동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원 중국특위의 민주당 간사인 로 카나 의원도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동맹과 협력해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정치 리스크 자문사 테네오의 가브리엘 와일다우 전무는 "중국이 트럼프가 다른 법적 권한을 동원해 관세를 재부과할 수 있다고 보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일정한 구매 보장이나 양보를 조건으로 관세 인하를 설득할 여지도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 소재 한 정치학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레버리지는 사라졌고, 중국 방문 준비 중에 허를 찔린 것"이라면서 "중국은 이런 전개 과정을 다소 즐겁게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해지면서 중국은 판결 전에 준비했던 것보다 더 적은 양보를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
우신보 푸단대학 국제문제연구원장도 싱가포르 연합조보 인터뷰에서 "미국 대법원 판결이 중국을 더 유리한 위치에 놨다"며 중국이 올해 말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두 수입' 카드를 쥐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계속 산다면 미국이 다른 분야에서 양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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