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뚫은 최가온·유승은, 인간승리 김상겸... "당신들 덕분에 참 행복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2026.02.23 11:00   수정 : 2026.02.23 11:02기사원문
은반 대신 하늘을 택하다… 목숨을 건 은빛 비행
척추에 박힌 6개의 철심… 상처투성이로 날아오른 영웅들
가장 낮은 곳에서 피워낸 기적… 설원에 새긴 '인간 승리'
두려움을 뚫고 핀 꺾이지 않는 용기… "참 행복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밀라노의 불꽃이 사그라들었다. 이제는 2030년 알프스를 기다린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이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수확한 종목은 단 두 개, 쇼트트랙과 스노보드뿐이다.

그 외의 종목에서는 단 하나의 메달도 나오지 않았다.

전통의 효자 종목 쇼트트랙의 선전도 반갑지만, 이번 대회의 진정한 주인공은 단연 '스노보드'였다.

메달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스노보드는 변방의 비인기 종목을 넘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새로운 강세 종목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스노보드가 우리에게 안겨준 감동의 크기는 단순히 '메달의 획득'이나 '종목의 성장'에 머물지 않는다. 이 종목은 말 그대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극강의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수 층 높이의 아찔한 허공으로 솟구쳐 올라 900도 이상을 회전해야 한다. 은반 위를 달리는 것이 아니라, 중력을 거스르고 하늘을 날아야 하는 종목이다.



실제로 이번 밀라노 올림픽에서도 세계적인 선수들이 빙판에 떨어져 경추가 골절되거나, 구급차에 실려 곧바로 수술대에 오르는 끔찍한 사고가 속출했다. 점프대를 박차고 오르는 찰나의 순간, 선수들은 실패가 곧 치명적인 부상으로 직결된다는 끔찍한 두려움과 싸워야 한다.

그 참혹한 공포를 우리 선수들은 온몸으로 부딪쳐 이겨냈다. 한국 설상 사상 첫 금메달을 안긴 18세 소녀 최가온은 3군데의 골절을 감수하면서도 3차 시기를 성공했다.



유승은 역시 대회 기간 중 아찔하게 넘어지며 모두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지만, 훌훌 털고 일어나 다시 슬로프에 섰다.

뼈가 부러지는 고통을 겪고도, 또다시 넘어질 수 있다는 공포를 억누르며 보드 부츠의 끈을 조여 맨 이들의 투혼은 메달 그 이상의 숭고함을 자아낸다.

눈부신 피날레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기적을 쓴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은메달리스트 김상겸도 마찬가지다.

비인기 종목의 척박한 현실 속에서, 생계를 위해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굳은살 박인 손으로 일궈낸 그의 은메달은 삶의 팍팍함이라는 또 다른 두려움을 이겨낸 '인간 승리'의 완벽한 표본이었다.





대회 내내 가슴을 졸이며 그들의 비행을 지켜봤다.

빙판에 떨어질 때마다 함께 아파했고, 다시 하늘로 솟구칠 때마다 함께 환호했다.

대중이 그들에게 환호하는 이유는 단순히 시상대에 올랐기 때문이 아니다.
목숨을 건 두려움 앞에서도 결코 피하지 않고 기어이 하늘을 날아오른 그들의 꺾이지 않는 마음 때문이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상처투성이로 날아오른 당신들의 위대한 비행 덕분에, 이번 밀라노 올림픽은 참으로 가슴 벅차고 행복했습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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