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딸기, ‘묘 자급’으로 102억 산업 구조 전환

파이낸셜뉴스       2026.02.23 10:24   수정 : 2026.02.23 10:24기사원문
육지 의존 20년 탈피… 무병 원원묘 7000주 생산
10만 주 증식·초기 겨울시장 선점 전략 가동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연간 조수입 102억 원 규모의 제주 시설 딸기 산업이 20여 년간 이어온 ‘육지 묘(苗) 의존 구조’를 벗어나 자체 생산 체계로 전환한다. 고품질 딸기 생산 일정과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 구조 개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조직배양 기술을 활용해 병이 없는 고품질 딸기 원원묘 7000주를 생산해 오는 3월 10일부터 시범 농가 4곳과 서부농업기술센터에 우선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후 단계적으로 10만 주 이상으로 증식해 도내 전체 농가로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동안 도내 딸기 농가의 90% 이상은 충청·강원 지역에서 ‘설향’ 묘를 구입해 사용해 왔다. 제주에서는 여름철 고온다습 환경 탓에 안정적인 육묘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거리 운송 과정에서 탄저병 등 병해가 유입되거나, 육지 기상 여건 악화로 공급이 지연되면서 수확 일정이 늦어지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일부 농가는 이상기후 영향으로 수확 시기가 한 달 가까이 늦어지면서 ㎏당 1만~2만 원가량의 가격 손실을 경험했다고 토로했다.

2024년 기준 제주 시설 딸기 재배 규모는 30ha·106농가, 연간 조수입은 102억3000만원이다. 생산의 95%가 제주시 한경면·한림읍, 서귀포시 대정읍에 집중돼 있다.

■ ‘묘’에서 시작되는 수익 구조 변화



묘를 외부에서 구입하는 구조에서는 구매 비용과 물류비 부담이 상수처럼 따라붙는다. 무엇보다 병해 감염 가능성과 수확 지연 위험이 구조적으로 내재돼 있다.

반면 자체 육묘 체계가 자리 잡으면 구매·운송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병해 유입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특히 모종을 밭에 옮겨 심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어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초겨울 시장을 먼저 선점할 수 있다.

딸기 가격은 통상 12월 초·중순에 가장 높게 형성된다. 수확이 늦어질수록 단가 하락 구간에 진입하게 되는 만큼 출하시점 조정은 곧 수익 구조와 직결된다. 묘 자급은 생산 안정 차원과 ‘출하 타이밍’을 앞당기는 전략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주 딸기의 강점은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이어지는 장기 수확 구조와 상대적으로 낮은 난방비다. 여기에 초기 출하 물량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면 수도권 겨울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도는 연차별 보급 계획을 통해 모종 자급 기반을 구축하고, 장기적으로는 도내 소비 자급률 100%를 목표로 생산 체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 친환경 방제·스마트팜 전환 병행



묘 자급과 함께 친환경 방제 기술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딸기 재배 농가 5곳을 대상으로 천적 7종을 투입하는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며, 농촌진흥청 분석에 따르면 10a당 방제 경영비를 약 14%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는 스마트팜 지원 방식 개선 요구도 제기됐다. 농가들은 개별 장비 단위 지원이 아닌 초기 통합 시스템 구축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에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전담 육묘 시설 지원 가능성 검토와 딸기 연구 전문 인력 확보 방안을 살피겠다고 밝혔다. 히트펌프 전환 확대와 하우스 비닐 부착형 태양광 실증사업도 작목반 단위로 확대할 계획이다.


오 지사는 “딸기는 겨울철 안정적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핵심 시설 작목”이라며 “모종 자급은 청년 농업 진입 기반을 넓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육묘 단계의 자립은 병해 리스크와 출하 지연이라는 구조적 취약성을 줄이고, 가격 형성 시점을 앞당기는 산업 전략이다. 제주 딸기 산업의 승부는 ‘열매’가 아니라 ‘묘’에서 시작되고 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