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그 가벼움
파이낸셜뉴스
2026.02.23 19:14
수정 : 2026.02.23 19:14기사원문
"예측은 미래에 대비하자는 것
과학적으로 분석해도 잘 틀려
'믿거나 말거나' 예측 난무해
"비트코인 10억 간다" 장담도
믿고 따른 피해자 발생이 문제
함부로 예측하는 행태 자중을"
기상청의 날씨예보는 물론 컴퓨터에 기반한 과학적 방법이다. 비과학적인 점(占)은 점성술사, 무속인 또는 선지자(先知者)의 영역이다.
의사이자 점성술사인 중세의 노스트라다무스는 1999년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예언을 남겼는데, 이미 지켜본 대로 결과는 터무니없는 거짓이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에 따르면 올해는 거대한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는데 과연 사실일지 두고 볼 일이다. 세상이 복잡하거나 혼란스러운 난세일수록 점이 성행한다. 사주팔자나 점괘를 즐겨 보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재미로 보는 점이라고 해도 건전한 사회현상은 결코 아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우리 돈으로 10억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인지, 예언인지 언급한 사람이 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라는 인물이다. 그때가 1년 전인데 실상은 정반대로 갔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같은 시기에 5억원 간다고 떠들었다. 그랬던 기요사키는 예상이 어긋나자 자신이 가졌던 비트코인을 팔아치웠다. 그러면서 이제는 "역사상 가장 큰 주식시장 붕괴가 임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10여년 전 아파트값 폭락론자들이 득세할 때가 있었다. 그들은 나름대로 근거를 내세우며 폭락을 외쳤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아파트 공급은 꾸준히 되는데 저출산으로 인구가 감소하니 수요가 줄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완전히 틀린 추측에 불과했다. 1인 가구의 급팽창을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아파트값이나 비트코인 가격을 함부로 예측해서는 안 된다. 예측하는 행위는 자유이겠으나 가벼운 혀로 함부로 공개적으로 발설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다. 피해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투자자나 매수자의 책임이라고 회피하는 단서를 단들 피해는 눈여겨보지 않는다. 그 피해는 누구도 복구해 주지 않는다. 그런 단서도 없이 자신이 마치 선지자적 예언가인 양 확신하며 선량한 국민을 현혹하는 이들이 다수다.
아파트값 폭락론자들의 말을 믿고 매수 시기를 놓친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대로라면 그 피해를 누가 어떻게 보상해 주겠나. 래리 핑크나 기요사키의 말을 믿고 비트코인을 1억7000만원이 넘어갔을 때 덥석 매입한 사람은 또 어떻겠나. 손실률이 50%에 가깝다.
주식시장이 폭등하자 선동꾼들이 불나방처럼 설친다. 정부가 코스피지수 5000을 목표처럼 내놓았지만, 실현될 것으로 믿은 사람은 적을 것이다. 이렇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투자한 사람은 물론 큰돈을 벌었을 수 있다. 그러나 결과론적인 얘기다. 주가의 향방을 70%라도 예측할 수 있다면 부자가 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바탕으로 한 증권사들의 예측력도 신통치 않다. 예측이 아닌 뒤쫓기다. 주가가 내려가면 목표가를 낮추고 올라가면 높인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였다. 초보 투자자보다 나을 게 없다. 증권사들에 대한 불신은 과거부터 있었다. 증권사가 종목을 추천하면 주가가 여지없이 떨어졌다. 실제로 추천을 하고 보유주식을 팔아먹는 증권사들도 있었다.
바야흐로 주식 투자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미국 시장처럼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섣부른 예언가들이 사라져야 한다. '혀가 가벼운' 선무당 예언가들은 자숙이 필요하고 증권사들도 분석력을 더 높여야 한다. '믿거나 말거나'가 아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오를 때마다 예측인지 목표인지 모를 수치들이 난무한다. 이 시간에도 '20만 전자' '100만 닉스'라는 듣기 좋은 말들이 떠돌아다니며 아직 주식이 없는 이들을 유혹한다. 물론 최종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다. 그 전에 주식시장을 더 공정하고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현행법으로 어렵더라도 낭설과도 같은 근거 없는 예측을 제재하는 방안도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 이는 정부의 몫이다.
tonio66@fnnews.com 논설실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