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오라는데, 새만금으로 가라?

파이낸셜뉴스       2026.02.23 19:17   수정 : 2026.02.23 19:17기사원문

"아오지 탄광으로 끌려들어갔다."

2010년대 후반,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2 개발이 난항에 처했을 때다. 밤낮없이 일해도 실패는 반복됐고,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팀장급들에겐 '경력의 무덤'이었다. HBM팀이 '아오지 탄광'으로 불린 이유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버텼다"고 한다. 자존심을 누르고 설계 전면수정이란 승부수를 던지며, 1년반 만에 이름값을 입증한 삼성전자 HBM개발팀 역시 극한의 시간 보내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역대 최대 수출, 코스피 5800선 돌파란 대기록의 주역들이다.

"새만금으로 오라." 지난달 정치권과 지역 시민단체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론'이란 즉흥적 발상이 극에 달했을 때다. 전후방 연계 없는 나홀로 이전이 주는 산업적 불완전성은 차치하고, "당장, 고급인재가 새만금으로 내려가겠느냐"는 현실적 물음이 있었으나, 정치권엔 관심 밖 문제였다.

같은 시기다. 국내 반도체 인재들을 들썩이게 하는 제안이 쇄도했다. 엔비디아는 한국 반도체 인재들을 데려가겠다며 4억원에 육박하는 연봉과 주식보상을 제시했으며, 브로드컴과 마이크론 역시 한국 반도체 인재들을 향해 역시 억대 몸값을 내걸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자신의 SNS에 태극기까지 내걸고 한국 AI 반도체 인재들에게 "테슬라로 오라"고 손짓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아마존, 메타, 구글 등 실리콘밸리로 이직에 성공한 직장인들의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세전 4억원 정도를 받고 있다"거나 "돈보다도, 미래 몸값을 몇 단계 끌어올릴 기회"라고들 한다.

카이스트 AI대학원 신진우 석좌교수가 실시한 인재 해외유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봉 차이, 연구환경, 성장 가능성 등이 해외 이직의 동인으로 분석됐다. 갓 박사학위를 딴 인재의 경우 국내에선 연봉 1억원 남짓인 반면 빅테크에선 40만~50만달러(약 5억5000만~7억원)를 받는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올해 기본급의 2964%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면서 보상 수준을 높인 점은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첨단 산업계 전반으로 보상체계나 인재 확보, 조직문화에 대한 고민을 키워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연세대, 고려대의 반도체 계약학과 등록 포기율이 각각 47.6%, 76.2%에 달했다는 점 역시 다른 차원의 고민을 낳게 한다. 반도체·AI 인재들에게 국가와 기업이 확신을 줘야 할 때다. 한국 반도체 인재들에 대한 실리콘밸리의 구애가 뜨거워지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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