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살인 피의자, 이 사람" 경찰 비공개했어도 신상 '탈탈'
파이낸셜뉴스
2026.02.24 17:02
수정 : 2026.02.24 17:02기사원문
경찰, 모텔 살인 피의자 신상 비공개
SNS선 신상 빠르게 확산…사적제재 논란
공개기준·결정 통일성 문제
"신상공개 기준 재검토…제도 취지 되살려야"
[파이낸셜뉴스] 경찰은 '강북구 모텔 살인 사건'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온라인에서 피의자의 신상이 무차별적으로 퍼지며 '사적제재' 논란이 일고 있다. 수사기관의 신상공개 기준이 추상적이고 공개 여부도 통일성이 없어 사적제재가 횡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적제재는 처벌 대상이라면서도 신상공개 기준을 재정비해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4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남성 2명을 모텔로 유인해 약물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20대 피의자 김모씨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건이 신상공개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김씨가 살인과 특수상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는 점에서 신상공개 여부를 경찰이 재검토할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신상공개 기준이 지나치게 추상적인 탓에 사적제재가 반복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신상정보 공개를 위해선 범행 수단의 잔인성, 피해의 중대성, 범행을 저질렀다고 볼만한 충분한 증거,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나 재범 방지 등 공공의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데 '충분한 증거', '공공의 이익', '알 권리' 등 내용이 모호해 어떻게 해석할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슷한 사건의 피의자 신상공개 여부가 제각각 결정되며 결정의 통일성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지난 2024년 이웃 주민을 무차별 폭행해 살해한 최성우(30)의 신상은 공개됐지만 날 길이 약 75㎝, 전체 길이 약 102㎝ 일본도를 휘둘러 이웃을 사망하게 한 '일본도 살인사건'의 범인 백모씨(40)의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두 명 모두 망상에 빠져 일면식 없는 이웃을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점은 공통적이었으나 신상공개 판단 결과는 달랐다.
전문가들은 피의자 인권 보호가 필요하다면서도 신상공개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오히려 사적제재가 남발되고 실제 가해자가 아닌 사람이 가해자로 지목되는 경우도 있어서 수사기관의 판단이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며 "신상공개 기준을 객관적으로 마련하는 등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사적제재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사적제재는 정보통신망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공개된 정보가 허위사실일 경우 처벌 강도는 더 높아진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사적제재는 그 자체로도 문제고, 잘못된 정보가 공유되면 돌이킬 수 없을 만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교육과 홍보 활동을 통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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