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가꾸기가 산불을 키운다?” 과학은 다르게 말한다

파이낸셜뉴스       2026.02.24 14:28   수정 : 2026.02.24 14:28기사원문
[기고] 박병배 충남대 산림환경자원학과 교수

필자는 20대 중반부터 숲을 만들고, 키우고, 관리하는 분야를 공부해 왔으며, 30년 넘게 같은 분야를 연구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스스로를 이 분야 최고 전문가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숲조성과 관리 분야를 연구하는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최근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숲가꾸기가 산불을 대형화한다'는 주장에 대해 침묵할 수 없어 이 글을 쓴다.

산불은 산소와 열, 연료라는 세 가지 요소가 함께 있어야만 발생하고 확산된다. 이 요소들 가운데 산소와 열은 인위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연료는 다르다. 숲가꾸기를 통해 사람이 직접 조절할 수 있다. 물론 숲가꾸기만으로 대형 산불을 완전히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장이다. 그러나 숲가꾸기가 대형 산불의 발생과 확산을 줄이는 예방 효과가 있다는 점은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된다.

숲가꾸기를 하면 숲 안의 연료 구조가 달라진다. 지표면의 낙엽과 작은 나무에서 시작된 불길이 큰 나무의 윗부분으로 옮겨붙는 통로 역할을 하는 이른바 ‘사다리 연료’를 줄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산불 초기에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지표화(낙엽이나 작은 나무를 태우는 단계)에서 진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진화가 어렵고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른 수관화(큰 나무의 잎과 가지까지 태우는 단계)로 번지는 위험은 낮아진다. 또한 나무 사이의 간격을 넓혀주기 때문에 산불이 수평으로 확산되는 속도와 강도 역시 줄어든다.

간벌, 즉 솎아베기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불꽃의 높이와 열의 세기가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숲의 밀도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오히려 산불의 세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숲 가꾸기가 산불을 키운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오히려 숲가꾸기는 숲 안의 연료량을 줄여 대형 산불로의 확산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일부에서는 숲가꾸기를 할 때 활엽수를 제거하고 소나무를 남기기 때문에 산불이 커진다고 주장한다. 이는 숲가꾸기 방식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해석이며, 우리나라 대형 산불 발생 지역의 산림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다. 실제로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역을 보면, 사면 상부나 능선처럼 원래부터 소나무가 우점하는 생태적 특성을 가진 곳이 많다. 숲가꾸기 때문에 소나무가 남아서 산불이 커진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자연적 식생 구조가 그렇게 형성돼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른 봄의 건조한 날씨에서는 침엽수든 활엽수든 모두 쉽게 탈 수 있는 연료가 된다. 숲을 그대로 두는 게 산불을 줄여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최근 경남 함양군 마천면에서 발생한 산불 사례 역시 이를 보여준다. 이 지역은 활엽수 비율이 침엽수보다 높은 곳임에도 산불이 확산됐다. 당시 남남서풍의 영향도 있었지만, 기후위기로 인해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겹치는 극단적 기상 조건에서는 수종에 관계없이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 발생 건수와 규모가 증가하는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여러 나라들은 산불의 세 요소 가운데 사람이 직접 줄일 수 있는 ‘연료’를 관리하는 숲가꾸기를 핵심 대응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념적 주장이나 단편적 해석이 아니라, 산불 예방과 함께 산불이 발생하더라도 대형화하지 않도록 만드는 과학적 숲가꾸기와 체계적인 산림관리의 강화다. 숲을 방치하는 게 답이 아니다.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해답이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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