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타 폐지, 선도형 연구국가로 가는 전환점
파이낸셜뉴스
2026.02.24 18:09
수정 : 2026.02.25 13:50기사원문
예타 제도는 국가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R&D 분야에서는 그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신속하고 유연한 R&D 추진을 제약해 온 측면이 있다.
특히 연구에 대한 경제성 평가는 먼 미래의 가치를 다루는 기초·원천 연구의 본질과 상충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기적인 성과를 지향하는 연구가 단기적인 수치로 평가받는 과정에서 좌절되거나, 도전적인 목표 대신 안전한 성공만이 보장되는 연구로 하향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또한 R&D는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이 높고 성공 여부를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예타의 경제성 평가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보다 행정과 보고서 작성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창의성과 도전성이 생명인 연구 현장에서 행정 부담이 과도해지는 구조는 연구 몰입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이번 예타 폐지는 이러한 불필요한 행정비용을 걷어내고, 연구자가 오로지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돌려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이번 예타 폐지는 추격형 R&D에서 선진국 수준의 선도형 R&D 시스템으로 전환함을 의미한다. 이는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투자와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짐에 따라 우리나라가 보다 주도적으로 미래 기술을 개척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변화를 내실 있게 완성해 나가는 일이다. 예타 폐지가 재정낭비로 이어지지 않도록 새로운 R&D 관리체계가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점검을 이어가야 한다. 또한 과학기술계의 집단지성과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검토가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 단순한 경제성 논리가 아닌, 기술적 가치와 파급력을 중심으로 한 질적 평가체계가 현장에 뿌리 내려야 할 것이다.
국가의 중요한 연구과제는 단기적 경제성보다 과학자들의 집단지성과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연구는 오늘의 성과보다 내일의 가능성을 보는 일이다. 이번 예타 폐지가 우리 R&D 정책이 미래를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조제열 서울대학교 수의대학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