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에도 정부 승소, ISD 대응력 높이 살 만하다

파이낸셜뉴스       2026.02.24 18:39   수정 : 2026.02.24 18:39기사원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소송
인용률 3% 뚫고 혈세 유출 막아내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을 상대로 한 투자자·국가소송(ISD) 사건에서 정부가 지난 23일 승소 판결을 받았다. 사건 중재를 맡은 영국 법원이 한국 정부가 제기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중재 판정 취소소송에서 결국 우리 정부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정부는 1600억원에 이르는 배상 책임을 면했다.

사건은 다시 중재 절차로 환송된다. 엘리엇의 항소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마지막까지 정부가 정교한 전략으로 해외 투기자본의 무분별한 소송전을 막아낼 수 있길 기대한다.

이번 승소로 막대한 세금 낭비를 막을 수 있게 된 점도 다행이지만, 한국 정부의 성숙해진 ISD 대응역량을 보여줬다는 사실이 더 주목할 만하다. 외국 투자자와 국가 간 소송에서 중재 판정 취소율은 극히 낮다.

정부는 영국 법원의 중재 판정 최근 2년간 취소 인용률이 3%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소송전까지 감안하면 우리 정부는 바늘구멍을 두번이나 뚫은 셈이다. 낮은 인용률에도 포기하지 않은 정부 법률팀과 관계자들의 끈기를 높이 산다. 국익을 위해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는 공직자들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준다.

엘리엇의 소송은 처음부터 무리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엘리엇은 옛 삼성물산의 주주로서 반대했던 삼성물산 제일모직 간 합병이 성사되자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 의결권 행사 등을 문제 삼아 2018년 7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을 제기했다. 당시 엘리엇이 요구한 배상액은 무려 7억7000만달러(약 1조1270억원)였다.

영국에 있는 PCA는 2023년 6월 국민연금을 국가기관으로 간주해 한국 정부에 손해배상 지급 판정을 내렸지만 우리 정부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영국 법원은 2024년 8월 1심에선 한국 정부의 소를 각하했지만, 지난해 7월 2심 항소법원에서 사건을 1심으로 돌려보냈고 결국 환송심에서 우리 정부가 다시 승소했다.

영국 법원은 국민연금의 일상적 의사결정이 정부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는다는 점, 정부와 별개의 법인격을 보유한 점 등을 들어 국민연금을 국가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내 법원도 앞서 국내 투자자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비슷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국민연금이 정부 압력으로 합병 여부를 결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볼 만한 근거는 이미 충분했다. 그런데도 엘리엇은 막무가내로 정부를 분쟁 상대로 끌어들였다. 한국 정부와 국내 시장을 만만하게 여긴 탓이 크다고 본다.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해외 펀드의 ISD 사건은 10건이 넘는다. 숫자보다 속도가 더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해외 투기펀드들의 쉬운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의 ISD 대응력이 두배, 세배 더 강해져야 한다. 향후 국제투자분쟁은 더 빠른 속도로 불어날 수 있다. 론스타, 엘리엇을 꺾은 저력을 살려 투기펀드엔 단호히 대처해야 할 것이다.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