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사망, 산모는 쇼크…"내부 출혈 진단 늦어"

파이낸셜뉴스       2026.02.25 05:20   수정 : 2026.02.25 10: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임신 34주 차에 접어든 한 산모가 극렬한 복부 통증과 어지럼증, 실신 증세를 보여 병원을 찾았으나 내부 출혈 진단이 늦어지며 응급 수술을 받게 됐다. 태어난 아기는 생후 5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유가족은 의료진 측이 초기에 나타난 경고 신호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영국 일간 더선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서식스 지역에 사는 킴벌리 뉴어크는 2024년 9월께, 평소와 다르다고 느낄 만큼 극심한 통증과 더불어 기절, 쇠약감, 어지럼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장에 가스가 찬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 뒤로도 통증은 멈추지 않았으며 상태는 더욱 나빠졌다. 결국 킴벌리는 몸속에서 대량의 내부 출혈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술 과정에서 약 14ℓ 혈액 잃어


가족 측 법률대리인이 전한 바에 따르면, 의료진은 주요 혈관이 터지면서 막대한 출혈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수술하는 과정에서 확인했다. 킴벌리는 약 14ℓ에 이르는 혈액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즉시 응급 제왕절개 수술대에 올랐고, 9월 14일 딸을 낳았다.

하지만 아기는 태어난 직후 중증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hypoxic-ischaemic encephalopathy, HIE)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HIE는 출생 전후 시점에 뇌로 충분한 산소와 혈액이 흐르지 못해 일어나는 질환으로, 신경학적 손상뿐 아니라 폐·간·심장·신장 등 주요 장기의 기능 이상을 불러올 수 있다. 증상이 중등도 이상일 때는 장기적인 장애가 남거나 사망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킴벌리는 수술을 마친 뒤 혼수상태에 빠졌으며, 모녀는 상급 병원으로 옮겨져 집중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아기는 생후 5일째가 되던 9월 19일 숨을 거뒀다.

유가족은 초기 진단과 대응이 이뤄진 과정에 의문을 제기한다. 남편 얀 트루피아노는 아내의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전달했으나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병원으로부터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음 날 다시 오라는 안내를 받았지만, 이후 아내가 위독한 상태로 응급 수술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고 토로했다.

검시관은 이번 사망이 '비자연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공식 심문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진단이 내려진 시점과 치료 개입이 적절했는지 여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해당 의료기관은 두 차례에 걸쳐 내부 검토를 진행했으며, 유가족에게 그 결과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기관 측은 "가족이 겪은 상실과 고통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면서, 검시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처치 행해졌다면 결과 바뀌었을 가능성도


이번 사건은 최근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산과 진료 체계 전반을 향한 조사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 속에 발생했다. 해당 지역에서는 2019년부터 2023년 사이에 영아 사망과 관련해 200건이 넘는 내부 조사가 이뤄졌으며, 일부 사례에서는 다른 처치가 행해졌다면 결과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자궁 내부의 주요 혈관이 손상되면 혈액이 쌓이게 되며, 이는 태아에게 저산소 상태를 불러온다. 임신 중 발생하는 내부 출혈은 복강이나 자궁 안, 혹은 주요 혈관 손상 탓에 체내에 혈액이 고이는 상태를 말한다. 임신 후기에는 자궁과 태반으로 흐르는 혈류량이 크게 늘어난 상태이므로, 출혈이 생기면 짧은 시간 안에 대량 실혈로 번질 수 있다.

임산부는 복통과 어지럼증, 실신, 저혈압, 빈맥, 창백함 등의 증세를 보일 수 있는데, 어떤 경우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출혈이 거의 없어 진단이 지연되기도 한다.

임신 중 내부 출혈이 일어날 수 있는 전형적인 상황으로는 태반 조기 박리, 자궁 파열, 자궁외임신, 드물게는 주요 혈관 파열 등이 꼽힌다.

대량 출혈, 태아에게 전달되는 산소 부족


임산부에게 닥친 대량 출혈은 태아에게 곧장 저산소 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태롭다. 산모의 혈압이 가파르게 떨어지면 자궁과 태반으로 향하는 혈류가 줄어들어 태아에게 전달되는 산소가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말미암아 사연 속 아기에게 나타난 것과 같이 신생아의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HIE) 위험도 커진다. 상태가 심각하면 장기적인 신경학적 후유증을 남기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임신 중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극심한 복통이나 실신, 계속되는 어지럼증, 갑작스러운 혈압 저하 등의 증상이 포착될 경우, 이를 단순한 위장관 문제로 넘기기보다 산과적 응급 상황일 가능성을 먼저 염두에 두고 배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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