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무역 바주카포' 꺼내나…메르츠, ACI 발동 가능성 첫 공개 언급

파이낸셜뉴스       2026.02.25 06:19   수정 : 2026.02.25 06:19기사원문
메르츠 총리, 통상위협대응조치 발동 배제하지 않겠다고 발언
보복관세뿐 아니라 서비스·FDI·공공조달·금융시장 접근 제한까지 가능
트럼프 글로벌 관세 도입 이후 무역 불확실성 재확대 국면
ACI는 2023년 법제화됐지만 실제 발동 사례는 전무
대서양 무역관계 파탄 우려 속 억지력 카드로 부상



[파이낸셜뉴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유럽과 미국 간 통상 분쟁이 격화될 경우 유럽연합(EU)의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보복관세는 물론 서비스, 외국인 직접투자, 공공조달, 금융시장 접근 제한 등 초강경 조치까지 검토 대상에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23일(현지시간) dpa통신 주최 콘퍼런스에서 메르츠 총리는 ACI와 관련해 "이 수단을 쓰지 않고 무역 분쟁을 끝낼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고 내가 끝까지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CI는 EU나 회원국을 경제적으로 위협하는 제3국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서비스, 외국인 직접투자, 공공조달 등 교역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금융시장 접근 차단과 지식재산권 분야 제재도 가능하다. EU는 2023년 이를 법제화했으며 내부적으로는 이른바 '무역 바주카포'로 불린다. 다만 아직까지 실제 발동 사례는 없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군사훈련에 병력을 보낸 유럽 8개국에 추가관세를 예고했을 당시, 유럽 내에서 ACI 발동론이 거론된 바 있다. 당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강경 대응을 주장했지만, 메르츠 총리는 갈등 고조를 피해야 한다며 사실상 선을 그었다. ACI가 시행될 경우 대서양 무역관계가 사실상 파탄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유럽 관료사회에서는 제도 존재 자체가 억지력으로 작용하는 '경제 핵무기'라는 인식이 강하다.

메르츠 총리의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가 위법이라는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글로벌 관세를 새로 도입하면서 무역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되는 가운데 나왔다. 메르츠 총리는 24일부터 다음 달 초까지 중국과 미국을 잇따라 방문할 예정이다.

그는 중국으로 출국하면서 "균형 잡히고 신뢰할 수 있으며 규칙적이고 공정한 파트너 관계를 원한다"며 중국의 과잉생산과 경쟁 왜곡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과 디커플링은 우리에게 해가 될 뿐"이라며 디리스킹 정책은 특정 국가가 아닌 전반적인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해 트럼프 관세 여파로 미국과 독일 간 교역이 급감한 이후 2년 만에 다시 독일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 됐다. 그러나 독일의 대중 수출은 813억유로로 1년 사이 9.7% 감소한 반면 수입은 1706억유로로 8.8% 증가했다. 이에 따라 독일의 대중 무역적자는 893억유로로 확대됐다.

레빈 홀레 독일 총리실 경제보좌관은 "우리는 오랫동안 상당한 수출을 성공적으로 해왔지만 이제는 중국이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커다란 흑자를 내고 있다. 이건 분명히 중요한 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재계에서는 미국과 중국 모두 신뢰하기 어렵다는 인식 속에 EU가 호주, 캐나다, 일본 등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국들과 별도의 무역 블록을 구축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독일 총리실은 중국을 상대로 디리스킹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독일 기업의 현지 시장 접근성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메르츠 총리의 방중 일정에는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자동차 3사를 비롯해 지멘스, 아디다스, DHL, 바이엘, 코메르츠방크 등 독일 기업 대표 30명이 동행한다.

다만 방중 일정에 중국 로봇기업 유니트리 방문이 포함되면서 논란도 일고 있다.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중국이 해당 기업의 휴머노이드 로봇 쿵푸 퍼포먼스를 국영TV에 방영하며 선전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며 "기술강국 독일 총리까지 가서 '메이드 인 차이나' 하이테크에 감탄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현지 유럽 기업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 관료들이 넘치는 힘 때문에 걷기도 힘들 정도"라며 "메르츠 총리는 중국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머리를 조아려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최근 석 달 사이 중국을 찾은 주요 7개국(G7) 정상은 프랑스, 영국, 캐나다에 이어 메르츠 총리가 네 번째다. 메르츠 총리는 "중국이 주요 강대국으로 부상했다"며 오는 4월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전에 프랑스·영국·독일 정상이 잇달아 중국을 찾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3일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도 "중국이 타국의 의존을 체계적으로 이용하고 국제 질서를 자국에 유리하게 재정의한다"고 미국과 함께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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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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