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요금' 한 번만 어겨도 영업정지... '뒷북 대응' 비판도
파이낸셜뉴스
2026.02.25 14:32
수정 : 2026.02.25 14: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성수기마다 기승을 부리는 숙박·교통·음식업계의 ‘바가지요금’을 잡겠다며 칼을 빼 들었다. 가격표시제 의무화와 적발 시 즉각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미 피해가 누적된 뒤에야 대책을 내놨다는 점에서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격표시 의무화· 즉각 영업정지 추진
그간 성수기나 대형 행사 기간마다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숙박요금 폭등, 기존 예약 일방 취소, 외국인 대상 과다 요금 부과 등 문제가 반복돼 왔다. 실제로 서울 종로의 한 모텔은 평소 주말 14만원 수준이던 객실 요금을 아이돌 그룹 공연 당일 50만원까지 인상했다. 일부 숙박업소는 가격 인상을 목적으로 기존 예약을 취소한 뒤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논란을 빚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처벌 수위 상향이다. 정부는 식품위생법과 공중위생관리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해 1차 위반 시 시정명령이나 경고에 그치던 현행 체계를 ‘즉각 영업정지 5일’로 강화할 방침이다. 적용 대상은 숙박업·음식업·농어촌 민박 등 관광객 이용이 잦은 업종 전반이다. 그간 제도권 사각지대에 놓였던 외국인 도시민박에도 가격 게시 및 준수 의무를 부과하고 동일한 처벌 기준을 적용한다.
숙박업계에는 ‘자율요금 사전신고제’도 도입된다. 업소가 비성수기·성수기·주말 등 시기별 요금 상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사전 신고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공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신고 상한을 초과해 요금을 받을 경우 가격 게시 의무 위반에 준하는 행정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행정 제재를 받은 업소에 대한 경제적 불이익도 강화한다. 바가지 요금으로 처분을 받은 점포는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 가맹 등록을 취소하는 등 페널티를 병행할 방침이다.
뒤늦은 처방 논란... ‘바가지’ 기준도 모호
하지만 이번 대책이 이미 피해가 누적된 뒤에야 나왔다는 점에서 한계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급 적용이 불가능해 과거 대형 공연이나 국제 행사 당시 발생한 고가 숙박 논란은 현행법으로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브리핑에서 “최근 문제가 됐던 사례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고, 해당 행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다”며 “이번 대책을 마련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입법을 통해서 공백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법 개정 전까지 강제력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정부는 상반기 중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연내 시행령·시행규칙 정비를 마친다는 계획이지만, 그전까지는 지자체와 업계 간 자율 협약(MOU)이나 권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바가지요금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논란이다. 성수기 수요 급증에 따른 시장 가격 상승과 부당 폭리의 경계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성수기와 비성수기 요금 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바가지요금의 개념과 판단 기준을 먼저 명확히 해야 사업자들도 이를 위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 스스로 바가지요금이 아니라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구체적이고 규범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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