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민간소비 온기, 오래 간다···그런데 문제는”

파이낸셜뉴스       2026.02.27 06:00   수정 : 2026.02.27 06:00기사원문
한은, ‘現 소비국면 판단과 향후 전망’ 발표
최근 민간소비 회복은 점진적 개선 유형
우호적 환경 조성돼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것
다만 소비 파급효과가 둔화돼 증가세는 완만

[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민간소비 회복세가 오래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다고 판단했다. 금리 인하 효과가 누적돼 있고 반도체 수출 증가, 정부예산 확대 등 경제를 서서히 끌어올릴 재료들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수출, 부동산 가격·주가 상승 등이 가계 소비로 이어지는 경로 자체가 좁아져있는 만큼 가파른 증가세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봤다.

소비 회복, 장기화 여건 갖춰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과거 회복기에 비추어 본 현 소비국면 판단과 향후 전망’에는 최근 민간소비 회복을 지탱할 우호적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담겼다. △금리 인하 효과 누적 △글로벌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반도체 수출 증가 △증시 및 심리 호조 지속 △세수 확충에 기반한 정부예산 확대 등이다.

이는 조사국 경기동향팀·아태경제팀이 구분한 민간소비 회복 유형 중 ‘점진적 개선형’의 조건들이다. 2000년 이후엔 2004년 4·4분기~2008년 1·4분기, 2017년 1·4분기~2019년 1·4분기 등이 여기 해당한다. 이들 기간 모두 대규모 충격의 상흔, 이후 급반등에 따른 부작용 등으로 상당 기간 부진을 이어가던 소비가 거시경제 여건의 개선으로 점차 회복하는 양상을 보인다.

전날 한은이 발표한 ‘2026년 2월 경제전망보고서’를 보면 올해와 내년 민간소비 성장률 모두 전년(1.3%)보다 각 0.5%p 확대된 1.8%로 추정됐다.

한은은 앞서 지난해 하반기까진 ‘위기 후 급반등형’이었다고 규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4분기~2011년 2·4분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1년 1·4분기~2022년 3·4분기 등이 대표적이다. 이땐 정부 주도 소비 진작책에 힘입어 급속히 온기가 돌았으나 지속성은 제한적이었다.

양준빈 한은 조사국 경기동향팀 과장은 “올해 이후로는 점진적 개선형에 보다 근접할 것”이라며 “앞으로 소비 회복 흐름이 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소비 파급경로는 약화

하지만 거시 여건 개선이 소비를 자극하는 힘이 과거보다 약해졌다는 게 양 과장 평가다. 크게 세 가지 경로가 약화돼있다.

우선은 ‘소득경로’다. 수출 확대가 가계 소득과 소비 증가로 잘 연결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산업 간 불균형 심화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주로 반도체 등 정보기술(IT)과 그 이외 비IT 부문 간 격차다.

양 과장은 “IT 부문은 자본집약도와 생산 과정의 수입의존도가 높아 전후방 연관효과가 작고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다”며 “반면 생산·고용 유발 효과가 비교적 큰 비IT 부문은 중국과의 경쟁 심화 등으로 구조적 부진이 지속 중”이라고 설명했다.

양 과장은 “반도체 중심의 성장은 대기업 및 고소득층에 그 혜택을 집중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자산가격 경로’다. 자산이 오른다고 꼭 소비가 활성화되진 않는다는 의미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오히려 주택 구매를 위한 원리금 상환 부담 가중으로 이어져 부의효과를 제약한다. 현재 치솟고 있는 주가 역시 소비에까지 그 영향을 미치긴 쉽지 않다.

양 과장은 “높은 변동성은 가계가 현 평가이익을 가처분소득의 영구적 증가로 인식하기 어렵게 만들어 소비 진작 효과를 제한한다”며 “주가 상승 영향이 고소득층에 집중돼있기도 하다”고 짚었다.


마지막은 ‘기대경로’다. 향후 소득 증가 기대가 있어도 당장 소비를 늘리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양 과장은 “반도체 수출 호조 등 거시 지표 반등으로 가계의 단기 경기 전망은 개선됐지만 인구 구조 변화와 같은 구조적 제약 요인으로 중장기 성장에 대한 인식은 여저히 보수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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