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분권 제대로 하자
파이낸셜뉴스
2026.02.26 18:51
수정 : 2026.02.26 18:51기사원문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무늬만 지방자치'는 결국 중앙부처의 권한을 유지시키고 예산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핵심 원인이다. 실질적 구조조정 차원의 분권화를 위해서는 '돈의 흐름'과 '책임의 소재'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첫째, '포괄보조금(Block Grant)' 제도로의 전면 전환이 필요하다. 국고보조금은 중앙부처가 세부 항목을 정해주는 '꼬리표 달린 예산'이다. 과감히 칸막이를 제거해야 한다. 개별 사업별로 내려주는 보조금을 지역개발, 복지, 교육 등 큰 덩어리의 포괄보조금으로 전환하자. 중앙부처의 지침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가 지역 특성에 맞게 사업 우선순위를 정하고 예산을 배분하게 해야 이 과정에서 중앙부처의 세부 사업 관리인력이 자연스럽게 감축될 수 있다.
셋째, 단순히 예산만 주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결정할 '입법·행정권'을 넘겨야 한다. 포괄적 사무 이양을 통해 중앙정부가 쥐고 있는 인허가권과 규제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해야 한다. 모든 지자체가 똑같은 행정조직을 가질 필요가 없다. 조직 구조조정의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지방국토관리청, 지방노동청 등 특별지방행정기관도 폐지하고 기능을 이양하자.
넷째, 중앙부처의 기능 '재설계(Restructuring)'가 필요하다. 지방으로 권한이 넘어가면 중앙부처의 역할은 '집행'에서 '기획 및 평가'로 바뀌게 된다. 지방 이양으로 인해 할 일이 줄어든 중앙부처의 하부 조직을 과감히 폐지하거나 통폐합하자. 이는 정부 예산 구조조정의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중앙정부는 직접 사업을 하기보다 지방정부가 예산을 효율적으로 썼는지 평가하고, 그 결과를 다음 해 재정 지원에 반영하는 '심판' 역할에 집중하자.
돈과 권한을 가진 중앙부처가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다. 정부 간 관계는 권한에 대한 쟁투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는 부처 간 협의, 중앙정부와 시도 간 협의가 아니라 국가통치 차원의 강력한 분권화 특별법이나 헌법적 가치로 추진되어야만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지방분권 헌법개정의 기회로 살려보자.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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