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뒤면 못 먹는다"...오픈런 대신 '이것' 찾아 마트 돌진하는 MZ들
파이낸셜뉴스
2026.02.28 09:00
수정 : 2026.02.28 09: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직장인 김모씨(28)는 최근 퇴근길 마트에 들러 봄동과 달래를 구입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 중인 '봄동비빔밥'을 직접 만들어 먹기 위해서다. 김씨는 "예전에는 봄나물이 쓰고 번거롭다고만 생각했는데, 요즘 SNS에 올라오는 정갈한 제철 식탁을 보니 나도 계절의 변화를 느껴보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SNS 달구는 '봄동비빔밥'… "건강보다 힙한 경험"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동영상 플랫폼 등을 중심으로 봄동비빔밥 레시피와 후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데친 봄동에 참기름과 고추장을 넣어 간단하게 비벼 먹는 방식이 대부분으로, 손쉽게 만들 수 있으면서도 제철 채소 특유의 신선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외식 메뉴보다 부담이 적고 집에서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젊은 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정 제철 식재료가 SNS를 통해 유행하는 현상은 최근 들어 더욱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겨울철에는 방어회나 딸기 디저트가 대표적인 인증 소재로 떠올랐고, 계절이 바뀌면서 봄동과 냉이, 달래 등 봄나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계절이 지나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식재료를 경험하고 이를 공유하는 소비 방식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봄동비빔밥 열풍의 배경에는 과거 방송 장면이 다시 화제가 된 영향도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2008년 방송된 KBS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서 밭에서 딴 봄동으로 겉절이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장면이 재확산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배추가 고기보다 맛있다'는 대사와 함께 해당 장면이 밈으로 퍼지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화제가 됐고, 이를 계기로 봄동비빔밥을 직접 만들어 먹는 인증 글과 레시피 영상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거 콘텐츠가 온라인에서 재확산되며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형마트서 '봄동' 불티...관련 기획전도
유통 현장에서도 봄동을 비롯한 봄나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마트 따르면 이달 1~27일 봄동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2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냉이 매출도 117.6% 늘었으며, 미나리와 달래 매출은 각각 74.9%, 75.6% 증가하는 등 봄나물 전반의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의 경우 이달 1~26일 봄동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증가했다. 봄동비빔밥 레시피가 유행하면서 관련 식재료를 함께 구매하는 소비자도 덩달아 늘고 있다. 같은 기간 계란 매출은 약 15%, 고추장 매출은 약 30% 증가하는 등 비빔밥 재료로 활용되는 연관 상품 매출도 동반 상승했다.
유통업계는 제철 수요 확대에 맞춰 관련 할인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이마트는 다음 달 4일까지 '나물대첩' 행사를 열고 봄동과 달래, 냉이 등 봄나물을 할인 판매한다. 신세계포인트 적립 시 봄동은 40% 할인된 2980원, 달래와 냉이는 각각 3980원에 판매하며, 산취나물과 미나리 등도 할인 대상에 포함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젊은 층의 제철 채소 구매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SNS 인증 문화와 맞물려 특정 식재료가 화제가 되면 관련 상품의 매출이 즉각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은 '시즈널 소비'
이런 현상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하나의 소비 방식으로 정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효율성과 가성비만을 따지던 과거의 소비 패턴에서 벗어나, 계절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식탁을 통해 심리적 만족감을 얻으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에게 제철 식재료는 자신의 감각과 취향을 드러내는 좋은 콘텐츠"라며 "희소 가치를 중시하는 이들의 특성상, 계절마다 새로운 식재료를 찾는 '제철코어' 소비는 향후 더욱 정교하고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