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은 반도체급 전략산업".."K-전략상선대 200척으로 공급망 지켜야"

파이낸셜뉴스       2026.03.05 14:37   수정 : 2026.03.05 14:37기사원문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



"코로나 팬데믹 당시 '배가 없어 수출을 못 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도 달라진 것이 뭐가 있는가?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의 99.7%가 바다 위에서 움직이는 만큼 당시 마비된 경험을 했음에도, 바다를 책임지는 해운산업은 반도체·배터리·바이오가 누리는 '전략산업'의 지위를 갖지 못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99.7% 배지를 착용한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이 국적선대에 전략물자 수송을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인 '조선·해운 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한 말이다. 배 한 척 없이는 반도체도 배터리도 세계 시장에 닿지 못한다.

해운을 전략산업으로 격상하라는 그의 주문은, 결국 대한민국 수출 경제의 '혈맥'을 지키라는 호소다.

해운 못지키면 안보 흔들려... 법적 기반 필요


양 부회장은 5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법의 부재'를 화두로 꺼냈다. 그는 오는 17일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26 fn조선해양포럼'에서 이에 대한 당위성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할 예정이다.

그는 "해운산업을 유지·발전시키려면 일시적 정책 지원이 아닌 영구적이고 강력한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핵심 요구 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조선·해운을 국가전략산업으로 격상하는 특별법 제정과, 중국과의 선가 차이 20~30%를 정부가 일부를 선사 또는 화주에 보전하는 '해운·조선 경제안보기금' 조성이다.

그는 "벌크선·유조선·중소형 컨테이너선 시장은 이미 '시장 실패' 구간이다. 대형 조선 3사는 고부가 LNG선·초대형 컨테이너선에 도크를 집중하고, 중소형 해운사는 국내에서 배를 지을 곳조차 없어 중국으로 발주를 넘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기존에 수익성이 없다고 여겨지는 선종을 건조할 수 있는 '중형 조선소 육성'과 '시리즈 일괄발주 시스템'이다. 친환경 기술이 적용된 중소형 표준선형을 공동 설계하고 수십 척 단위로 연속 건조하면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금융권의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 한도 상향, 분업을 한다는 전제하에 일본식 대형-중소 조선소 수직계열화도 검토 대상으로 꼽았다.

국적선 적취율 문제도 날카롭게 짚었다. 한중일 3국 중 가장 낮은 약 50% 수준인 적취율의 이면에는 구조적 모순이 있다. LNG의 경우 국적선 적취율이 2024년 38.2%에서 2029년 12%에 이어 2037년 0%까지 추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전쟁 등 유사시 외국선은 선원들은 하선할 권리가 생기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가스 공급이 끊기는 최악의 상황이 된다. 원인은 의외의 곳에 있었다.

그는 "한국가스공사가 국적 선사를 이용하려면 FOB(본선인도)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이 경우 부채비율이 올라가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국가안보 차원의 적취율이 공기업 평가 산식 하나에 좌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컨테이너 화물에 대해서는 화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우수선화주기업 인증제도'의 인센티브 확대를 통해 선화주 상생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컨트롤 타워 부재'..개방형 표준 플랫폼 필요


'컨트롤 타워의 부재'도 그가 꼬집은 부분이다. 일본은 국토교통성 해사국이 조선·해운을 일원 관할하고, 미국은 교통부 산하 해사청(MARAD)이 상선대와 조선소를 통합 전담한다. 반면 한국은 조선은 산업통상부, 해운·항만은 해양수산부로 이원화돼 정책 시너지가 막혀 있다.

그는 "선박의 설계부터 건조, 운항, 항만 하역이 하나의 데이터로 연결되는 '시스템 경쟁' 시대다. 부처 간 칸막이는 치명적 약점이 된다"며 범정부 차원의 '해양·조선 통합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고, 조선·해운·항만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개방형 표준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봤다.

실제로 한국해운협회 소속 선사들은 운항 데이터를 조선소와 공유해 자율운항 기술 고도화와 연료비 절감의 선순환을 모색하고 있다.

1500억달러 마스가(MASGA)로 대표되는 한미 조선 동맹에 대해 그는 "이 자금으로 미국 상선대를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한국 조선소가 미국 조선소를 인수·투자하는 브릿지 전략이 가능하다"면서도 "한미 조선실무협의체에서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동반 발전 방안을 치밀하게 조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K-전략상선대는 현재 필수선박 88척에서 100척으로 확대되고 200척 체제까지 논의 중이다. 올해 중에 법적인 부분을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와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그는 "유사시 국가가 징발해 운항할 수 있는 선박인 만큼 WTO 등의 규제에 자유롭다. 선박 건조비용, 운항비용에 대한 일부 지원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IMO(국제해사기구)의 탄소세 규제도 코 앞이다. 국적 외항선박 1044척 중 89%가 탄소세 부과 대상인데 친환경 연료 추진선은 24척에 불과하다.

그는 "개별 대응 체계로는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 기존 선박대비 30% 가량 비싸다"며 "국적선대를 줄어들 수 있는 폐선을 막기위해 조선·해운·금융을 '한국형 친환경선박 조세리스'로 패키지화하고, R&D도 공급자가 아닌 '기술 사용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극항로도 핵심 과제다. 한국해운협회는 50억원 규모의 북극항로기금을 마련하고 2026년 시범운항을 준비 중이다.

그는 "북극항로는 2030년대 중반에 1년 중 9개월 운항이 가능해지는 해운업계의 '게임 체인저'"라며 "올해 9~10월경 시범운항을 시작하고, 2030년대 정기 상업항로 개설을 목표로, 내빙선 건조와 극지 전문 해기사 양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양 부회장은 "해운 공동행위는 전 세계 주요 해운국에서 허용하는 보편적 관행이다. EU(유럽연합), 미국은 선사 하나만 1, 2, 4위로 한국 전체 선사를 합쳐도 크다.
한국만 제재하면 국적선사가 도태되고, 해외 대형선사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돼 결국 화주와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일본식으로 해운법은 공정거래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부회장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을 역임하며 글로벌 해운싱크탱크 얼라이언스(GSA)에서 국제 연구 협력을 주도한 해운정책 분야의 대표적 전문가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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