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치고 패딩 산 부산 기초의원…예산 검증 없이 '양심'에 맡겼다

파이낸셜뉴스       2026.02.27 15:29   수정 : 2026.02.27 15:29기사원문
부산시구군의회의장협의회장인 진구의회
취지에 적절한지 구체적 검토 없이 지급해
기존 지급돼 온 의회활동비로 충분히 집행
법적인 규정 없이 부담금 증액한 것도 문제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부산의 각 기초의회가 부산시구군의회의장협의회로부터 '역량강화 지원금' 명목으로 받은 450만원(세금)을 패딩 구매 등에 사용하는 등 취지에 맞지 않게 사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의장협의회 회장을 맡은 부산진구의회의 '방만한 조직 운영'이 있었다. 부산진구의회는 기초의회가 지원금 사용 계획서를 제출하기만 하면 별다른 검증 없이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진구의회는 각 기초의회가 제출한 지원금 사용 계획서를 놓고 지원 취지에 적합한지 구체적으로 따지지 않은 채 지급했다.

쉽게 말해 각 의회에 소속된 의원들의 '양심'을 믿은 것인데, 결국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 됐다.

이는 혈세 낭비로 이어졌다. 부산지역 16개 기초의회 중 영도구의회를 제외한 나머지 의회에서 대낮 볼링대회 등 여가활동 또는 패딩 구매에 세금을 썼다. 수영구의회는 벤치마킹을 위해 제주도를 다녀와 놓고도 증빙서류를 남기지 않는 등 행정안전부 훈령을 어겼다.

각 기초의회를 관리·감독해야 할 부산진구의회 역시 지원금을 임기 6개월을 앞둔 의원들의 옷을 구매하는 데 사용하면서 제 기능을 잃었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는다. 의회는 등산 브랜드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거위 점퍼 18벌을 사기 위해 424만 원을 집행했다. 또 부산진구의회는 각 의회에 보낸 지원금 활용방안 공문에 '증빙서류 제출'을 명시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아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의회 관계자는 "간담회 장소가 어디인지, 몇 명이 참여하는지 등 구체적인 지원금 사용 내역은 묻지 않았다"며 "패딩 구매의 경우 각 기초의회에서 자체 판단한 것이니 그들의 결정에 맡긴 것이다. 제주도를 다녀온 수영구의회에 구체적인 증빙서류 제출을 요구했는데 받질 못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지원금 사용 내용을 보면 간담회·국내연수 등은 기존에 지급돼 온 의회활동비로도 충분히 집행할 수 있는 항목이라는 점에서 중복으로 사용됐다. 의원들은 의회운영업무추진비 명목으로 매달 의장 240만 원, 부의장 120만 원, 상임위원장 90만 원씩을 받는다. 의원역량개발비 명목으로는 매년 수천만 원을 받는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예산 낭비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구군의회의장협의회는 각 기초의회가 내는 1000만 원을 모아 매년 부담금 명목으로 1억6000만원을 대한민국시군자치구 의회의장협의회에 낸다. 심지어 부담금은 지난 2023년까지 1억1200만원이었다가 이듬해 증액됐다.
이렇게 모인 돈은 시도 대표회의 등 중요시책 사업 행사비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 사용 내역은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부담금을 증액하려면 사유가 필요한데, 법적 규정도 없이 어떻게 1000만원이나 걷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기초의원들이 집행부를 견제할 자격이나 자질이 있는지조차 의심된다"고 말했다. 도한영 부산경실련 사무처장은 "지원금 사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했다"며 "의회를 관리·감독한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huni@fnnews.com 백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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