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야구 축제 열어놓고도… 그저 "죄송합니다" 고개 숙인 롯데의 진심
파이낸셜뉴스
2026.03.02 10:00
수정 : 2026.03.02 10:54기사원문
작년 이어 올해도 아마야구에 보이지 않는 투자
숙박비 전액 지원, 장비, 식비 등 까지 파이낸셜뉴스와 함께 전방위 지원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뒤로 물러난 롯데의 진심
[파이낸셜뉴스]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부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는 연일 축제 분위기다.
천연야구장 스탠드는 관중들로 꽉꽉 들어찼다. 올해로 13번째 막을 올린 '2026 명문고 야구열전'의 풍경이다.
파이낸셜뉴스와 부산광역시야구소프트볼협회,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가 공동 주최하는 이 대회는 명실상부한 ‘고교야구와 프로를 잇는 최고의 등용문’이다. 그 위상은 수치가 증명한다. 2년 전에는 1라운드 지명자 10명 중 9명을, 작년에는 무려 7명을 이 대회 참가 선수 중에서 배출했다. 전국의 모든 야구 관계자들의 시선이 기장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거대한 축제의 이면에는 롯데 자이언츠의 전폭적인 지지와 투자가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다. 롯데는 작년, 사상 최초로 프로 1군 구장인 사직구장을 아마야구 유망주들에게 개방하는 파격적인 행보로 큰 감동을 안겼다. 개막전 시구 역시 작년 전미르에 이어 올해는 김문호가 나서며 롯데 특유의 짙은 색채와 야구에 대한 헤리티지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어디 그뿐인가. 서울, 인천 등 먼 길을 달려와야 하는 타 지역 학교들이 오직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호텔 숙박비 전액'과 '장비' 등을 아낌없이 지원했다. 이는 단순히 대회를 여는 것을 넘어, 한국 야구의 뿌리를 튼튼하게 다지겠다는 파이낸셜뉴스와 롯데 구단의 진심 어린 의기 투합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쯤 되면 구단 입장에서는 대대적으로 자랑할 만도 하다.
"우리도 한국 아마야구를 위해 이만큼 투자하고 헌신하고 있다"며 몇 장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생색을 내는 것이 프로 스포츠계의 당연한 생리다.
하지만 이번 대회 기간, 롯데 구단이 배포한 보도자료는 단 한 줄도 없었다. 작은 생색조차 내지 않았다. 그저 현장을 묵묵히 지원하며 조용히 뒤로 물러나 있을 뿐이었다.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게 롯데 관계자는 그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최근 1군 전지훈련지에서 불거진 불미스러운 사건 때문이었다.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드린 상황에서, 구단이 아마야구를 위해 좋은 일을 했다고 떠들썩하게 나서는 것 자체가 야구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뼈저린 반성이었다.
아마야구를 향한 순수한 지원과 애정이 자칫 구단의 과오를 덮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오해받을까 염려하는 마음도 컸을 것이다.
필자의 눈에 비친 롯데의 침묵은, 그래서 더 무겁고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변명 없이 엎드려 비판을 수용하되, 한국 야구의 토양을 다지는 일만큼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묵묵히 이어가겠다는 뚝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화려한 조명은 그라운드 위에서 땀 흘리는 어린 선수들에게 온전히 양보한 채, 자신들의 과오에 고개 숙이며 조용히 짐을 짊어진 롯데 자이언츠.
생색 없는 그들의 차가운 반성 속에 담긴, 아마야구를 향한 따뜻한 진심만큼은 기장을 찾은 수많은 야구인들의 가슴 속에 오롯이 전달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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