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충격에도 저가매수…관건은 유가 지속성

파이낸셜뉴스       2026.03.03 09:56   수정 : 2026.03.03 09:5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지만, 뉴욕증시는 장 초반 급락을 딛고 보합권에서 마감했다. 시장은 ‘전쟁’ 그 자체보다 ‘유가의 지속 상승 여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급등했고,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미 국채는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오히려 수익률이 상승(가격 하락)했다.

증시는 낙폭 만회…기술·방산주 견인


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은 0.04% 오른 6881.62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2%까지 밀렸지만 낙폭을 대부분 회복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0.36% 상승한 2만2748.86에 마감했다. 장 초반 1.6% 하락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73.14p(0.15%) 내린 4만8904.78에 마쳤다.

시장은 ‘충격’보다 ‘매수 기회’에 반응했다.

채권 중심 자산운용사 F/m 인베스츠의 최고경영자(CEO) 알렉스 모리스는 로이터통신에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와 인공지능(AI) 관련 생산성 향상에 대한 낙관론이 급등하는 유가와 지정학적 혼란에 대한 우려를 상쇄했다”고 말했다.

방산주는 급등했다. 록히드 마틴은 3% 이상 올랐고, RTX와 노스롭 그루먼은 6% 넘게 상승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가총액 1위인 AI 칩 제조사 엔비디아는 2.99% 오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1.48% 상승했다. 엑손모빌(1.13%), 셰브런(1.52%) 등 에너지 기업 역시 국제유가 급등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다.

유가·LNG 급등…호르무즈·카타르 변수


에너지 가격은 급등했다. 전쟁 장기화 우려와 함께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카타르 등 주요 천연가스 생산지에 대한 공격이 현실화되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란과의 전쟁에 대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다. 무엇이든 우리는 해낼 것”이라며 “4~5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보다 더 오래 지속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브렌트유 선물은 장중 한때 배럴당 82.37달러로 13% 급등하며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71.23달러로 전장 대비 6.3% 상승 마감했다. WTI 역시 장중 한때 75.33달러까지 오르며 12% 급등,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천연가스 가격은 더욱 가파르게 올랐다. 이란이 카타르의 LNG 생산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했고, 카타르는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카타르는 전 세계 LNG 공급의 약 20%를 차지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 가스 벤치마크인 TTF 가격은 MWh당 47.80유로까지 치솟으며 약 50% 급등했다. 하루 상승폭으로는 4년 만에 최대다.

카타르산 공급 공백은 유럽과 아시아를 LNG 확보 경쟁으로 몰아넣을 전망이다. 에너지 데이터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인도는 LNG 수입의 45% 이상을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으며, 중국도 약 30%를 카타르에서 들여온다. 러시아 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LNG 의존도를 높여온 유럽 역시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 유럽은 겨울 이후 재고 수준이 낮은 상태다.

국채금리 급등…“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국채는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이 상승하며 가격은 하락했다. 달러지수는 0.75% 상승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04%로 전 거래일 대비 8bp 급등했다.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3.48%로 10bp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중동 전쟁이 에너지 가격을 끌어올리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자극할 가능성을 반영했다. 인플레이션 재가속은 연준의 금리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금 가격은 소폭 상승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미 동부시간 오후 1시30분 기준 온스당 5297.31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0.4% 올랐다. 장중 한때 2% 넘게 상승했지만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