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하늘·바다 동시 마비…이란 사태에 글로벌 물류·유가 비상

파이낸셜뉴스       2026.03.03 14:44   수정 : 2026.03.03 14:4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과 이에 맞선 이란의 보복으로 중동 하늘길과 바닷길이 동시에 마비되며 글로벌 물류·에너지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항공편 수천편이 취소돼 수십만 명의 승객이 발이 묶인 가운데, 전 세계 컨테이너선의 약 10%가 호르무즈 해협에 대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미국 AP통신 등에 따르면, 중동 주요 공항을 오가는 항공편이 사흘째 대규모로 취소됐다.

항공편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는 하루 40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됐다고 집계했다.

항공 분석업체 시리움은 이날 오전 기준 카타르행 항공편의 79%, 아랍에미리트(UAE)행 항공편의 71%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행 항공편의 81%, 바레인행 항공편의 92%도 운항이 중단됐다.

카타르는 영공을 폐쇄해 도하에서의 항공편 이·착륙이 중단됐고, 요르단도 자국 영공의 부분 폐쇄를 발표했다. 키프로스에 있는 영국군 기지가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키프로스행 항공편 취소도 이어졌다.

UAE에서는 일부 항공사가 제한적으로 운항을 재개했지만 UAE 당국은 안전을 이유로 항공사로부터 직접 운항 재개 연락을 받은 승객만 공항을 찾을 것을 당부했다.

주말 동안 아부다비에 발이 묶였다가 히스로공항으로 겨우 귀국한 페이 맥콜은 "공항이 매우 혼란스러웠고 안내 방송도 없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며 "탑승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사이렌이 울리고 미사일 공격 가능성 경보 문자가 쏟아졌다"고 전했다.

공항이 물리적 피해를 입은 사례도 나왔다. 아부다비 공항에서는 드론 격추 과정에서 파편이 떨어져 1명이 숨지고 여러명이 다쳤으며, 두바이 국제공항도 일부 시설이 파손되고 직원 4명이 다쳤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사태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심각한 항공 대란"으로 평가했다.

각국 정부도 자국민 철수에 나섰다. 독일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에 전세기를 보내 관광객 수천명을 귀국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이탈리아와 체코도 전세기를 투입했다. 독일여행협회는 이번 사태로 영향을 받은 독일인이 약 3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하늘길을 넘어 바닷길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6위 컨테이너 선사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의 제러미 닉슨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 롱비치에서 열린 해운 콘퍼런스에서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대기 중인 선박 약 750척 가운데 100척이 컨테이너선"이라며 "전 세계 컨테이너선 선단의 약 10%가 이곳에 있다"고 밝혔다.

이란 정예군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발포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사실상 해협이 봉쇄됐고, 주요 해상 보험사들도 전쟁위험 보험 제공을 중단했다. 이에 MSC 등 글로벌 선사들은 중동행 화물 예약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닉슨 CEO는 "모든 화물이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허브 항만에 쌓이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엄청난 에너지 가격 급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와 막대한 양의 액화천연가스(LNG)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다. 봉쇄가 장기화되면 국제 유가가 급등해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각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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