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위기에 흔들리는 日경제…유가 100불 넘으면 GDP 0.31%p 하락

파이낸셜뉴스       2026.03.03 11:57   수정 : 2026.03.03 11:56기사원문
지정학 리스크 고조에 물가 압력 확대…실질임금 반등 ‘빨간불’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땐 비축유 방출 가능성…에너지 안보 시험대 정부·기업 공급망 점검 총력…LNG는 중동 의존도 상대적으로 낮아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장기화되면서 일본 경제에도 물가상승과 실질임금 하락 등 타격이 우려된다. 특히 원유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경우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31%포인트(p) 낮아질 것으로 추산됐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공급망 다변화 등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석유 비축분 방출도 예상된다.

■지정학 리스크 고조…안정 성장 시나리오 흔들리나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올해 일본 경제는 물가 상승이 진정되고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악영향이 일단락되면서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안정적 성장이 예상되던 시나리오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3일 보도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물가 상승이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경우 일본은행(BOJ)의 2% 물가안정 목표를 크게 웃도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다카이치 내각이 목표로 하는 실질임금의 지속적 상승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일본은 수입 원유의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부분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2024년 기준 원유 수입의 95.9%가 중동산이며,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순으로 비중이 높다.

중동에서 일본까지는 유조선으로 약 20~25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해협이 봉쇄되더라도 즉각 공급이 중단되지는 않지만 장기화될 경우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진다.

구마노 히데오 제일생명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이번에는 유가가 최대 35% 상승해 배럴당 90달러 수준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원유 가격이 35% 오르면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5%p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는 “이럴 경우 휘발유 감세와 전기·가스요금 보조 정책 효과의 절반가량이 상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정책은 CPI를 약 0.9%p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유가 100달러 돌파 시 GDP 0.31%p 하락

원유 가격 급등은 실질임금에도 직격탄이 된다. 앞서 고물가 대책 효과로 실질임금은 올해 1월 플러스 전환이 예상됐지만 유가가 크게 오를 경우 상승세가 단기에 그치고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이토 다로 닛세이기초연구소 연구원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면 실질임금 플러스 유지 시나리오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임금 감소가 지속되면 가계가 임금 인상을 체감하기 어려워지고 일본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 이 경우 실질 GDP가 0.31%p 낮아질 것으로 그는 추산했다.

추가 물가 대책을 둘러싼 재정 부담 확대도 변수다. 다카이치 내각은 식료품 소비세율을 2년간 0%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규모 재정지출이 동반될 경우 재정건전성 악화와 장기금리 급등 등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액화천연가스(LNG)는 중동 의존도가 10.6%로 낮은 편이다. 다만 카타르 등에서 조달하던 아시아 국가들이 대체 물량 확보에 나설 경우 LNG 가격 역시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기업 대책 마련 분주

이에 일본 정부는 에너지 공급망과 물가 상황 등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전날 이란 정세를 반영한 에너지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회의를 열었다.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은 이날 회의에서 부처 내 각 부서에 에너지의 안정 공급과 일본 기업 활동, 물가에 대한 영향 등을 적절히 파악해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중동 지역에는 일본계 기업 거점이 약 990곳(2024년 10월 기준) 위치해 있다. 이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가 343곳으로 가장 많고 대부분 두바이에 위치해 있다.

일본 에너지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UAE 아부다비 유전에 권익을 보유하고 있는 인펙스(INPEX)는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출하 차질 가능성이 있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유를 원료로 제품을 생산하는 화학업계도 정보 수집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 대형 화학업체 관계자는 일정 수준의 원유 재고가 있어 당장 영향은 없다고 하면서도 “정치적 변수와 연동돼 사태가 언제 수습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 화학업체 관계자는 "조달처 다변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석유 비축분 방출될까..254일분 확보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석유 비축분이 방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일본에서는 1973년 제1차 석유위기를 전후해 원유와 석유제품의 국가 비축 및 민간 비축이 시작됐으며 지난해 12월 말 기준 254일분의 비축이 확보돼있다. 일본은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세계적인 석유 공급 부족을 막기 위해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공조해 국내 수요의 11~12일분에 해당하는 총 2250만배럴을 방출한 바 있다.


반면 원유와 달리 액화천연가스(LNG)의 중동 의존도는 낮다. 일본 에너지백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동산 수입 비율은 10.6%였다.

다만 시바 마사히로 일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 과장대리는 "카타르 등에서 조달하던 아시아 국가들이 시장에서 대체 조달을 서두를 경우 (LNG가) 가격 상승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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