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도·연금도 없는 퇴직 직후가 가장 위험...자산 관리 계획 미리 세워야"

파이낸셜뉴스       2026.03.03 15:06   수정 : 2026.03.03 14:53기사원문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가 조언하는 '노후 자산 체크리스트'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3.7세(2024년 기준)를 기록했다. 법정 은퇴 연령인 60세에 경제 활동을 중단한다고 가정하면, 소득 없이 오직 소비만 지속해야 하는 기간은 최소 20년을 넘어선다.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은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며, 이는 노후 자산 관리가 개인의 선택지를 넘어선 생존의 문제임을 시사한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수명의 연장은 반드시 자산 수명의 연장을 전제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산의 수명을 늘려 죽기 전까지 돈이 떨어지지 않게 만드는 실질적인 전략을 각 개인들이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3일 파이낸셜뉴스 노동일 주필이 만난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자산 관리의 목표는 돈이 죽기 전까지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자산 관리의 방법을 월급처럼 매달 현금 흐름이 나오게 하는 '우물' 형태로 바꿔야 한다"라고 당부한다. 국민연금, 주택연금, 퇴직금을 활용해 현금 흐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게 김동엽 상무의 조언이다.

이번 대담은 파이낸셜뉴스 유튜브 채널 'fn 인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노후 자산 관리를 상담하는 베이비부머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이전 세대와는 차이가 있다. 국민연금이 1988년, 개인연금 제도가 1994~2001년, 퇴직연금 제도가 2005년에 도입되면서 '연금 3층 보장체계'가 완성됐다. 그래서 세 가지 연금만으로도 기본적인 삶을 가져갈 수 있어서 이전 세대보다 나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50~60대는 자산의 상당수가 부동산(주택)에 포박 당해 있기 때문에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기가 상당히 어렵다. 주택 다운사이징을 하라고 하면 집값이 또 오를 수 있다는 고민 때문에 팔지 못해서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게 가장 큰 숙제처럼 보인다.

―노후를 위한 자산 관리의 핵심은 무엇인가

▲수명이 늘어난 만큼 돈의 수명을 늘릴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 자신의 수명과 자산의 수명을 일치시키는 게 은퇴 준비와 자산 관리의 핵심이다. 사람들이 70대 중후반이 되면 돈이 있는데도 잘 못 쓴다. 이른바 '자린고비식 자산 관리 모드'가 되는 셈인데, 자린고비는 굴비가 없어서 못 먹는 게 아니라, 굴비가 없어질까봐 못 먹는 거다. 자산을 소득화하는 방법으로 바꿔야 한다. 곳간이 아니라 우물처럼, 월급처럼 매달 현금 흐름이 나오게 만드는 게 은퇴 자산 관리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자신이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점검할 수도 있나

▲통합 연금 포털 사이트나 국민연금 사이트에서 가입된 연금을 조회할 수 있다. 본인과 배우자의 연금 정보를 테이블에 정리하여 현금 흐름 창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직장 다닐 때는 월급이 메인 소득이지만, 퇴직하고 나면 메인 소득은 국민연금이다. 물론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국민연금을 몇 살부터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를 조회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특징은 죽을 때까지 나오고, 죽어서도 유족 연금으로도 지급되고,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이 있어 물가 상승 시 연금액이 올라가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단점은 퇴직 직후 바로 나오지 않고,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 수령 가능하다는 점이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부부가 함께 받을 수 있는 '연금 맞벌이' 구조를 만드는 것이 좋다. 국민연금 수급 조건은 가입 기간 최소 10년이며, 경력 단절 등으로 기간이 부족하면 추후 납부나 임의 가입으로 기간을 늘릴 수 있다. 맞벌이 연금 구조를 통해 부부의 공적 연금 소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동산에 잠겨 있는 자산은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첫 번째는 주택 다운사이징이다. 자녀가 독립 후 부부만 거주하는 경우, 주택 규모를 줄여 재산세나 건강보험료 등 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거다. 부부 중 한 명이 55세 이상이고 주택 공시 가격이 12억 원 이하일 경우,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종신보험도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 종신보험은 가장이 갑자기 사망하게 되면 유가족들이 생계가 힘들어질까 싶어서 많이들 가입했는데, 요즘 종신 보험금을 유동화시켜서 연금처럼 받는 형태의 상품들이 나오고 있어다. 자산을 소득으로 만드는 고민들을 계속해야 한다. 만약 부족하다면 부족한 금액을 파악하고 소비를 줄이거나 추가 자금 마련 방안을 점검해야 한다.



―노후 자산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언제인가

▲자산을 적립하는 시기(자산 적립기)와 자산을 쓰는 시기(자산 인출기)의 자산 관리는 완전히 다르다. 자산 적립기에는 수익을 키워 자산 규모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지만, 인출기에는 돈이 죽기 전에 떨어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 핵심 목표이다. 에베레스트 등반 사망 사고의 70%가 하산 중에 발생하듯, 자산 관리도 정상 부근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자산이 많다가 갑자기 줄어드는 시기, 퇴직 직후 연금은 들어오지 않는 소득 공백기에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 이때 무엇으로 버털지 명확히 정해야 한다. 그래서 추천드리는 방법이 '퇴직금의 연금화'이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을 경우 퇴직 소득세를 내지만, 연금저축(IRP) 계좌에 이체해 연금 형태로 수령하면 퇴직 소득세를 30~50% 감면받을 수 있다. 연금 계좌는 55세 이후부터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다른 방법은 있나

▲국민연금을 조기 수령하는 경우 손해를 감수해야 하지만, 국가 신뢰 부족, 기초연금 확보 등의 이유로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손안의 새 한 마리가 숲속의 새 두 마리보다 낫다"라는 표현처럼, 멀리 있는 것보다 당장 받을 수 있는 것을 선호하는 심리도 작용한다. 주택연금은 55세부터 신청 가능하며, 이는 대출의 성격을 가지므로 이자 부담으로 부채가 커질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퇴직 후에도 일을 통해 소득을 얻으면 연금 소진 속도를 늦추고 연금 수명을 늘릴 수 있다. 연금이 있기 때문에 소득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일을 선택할 수 있다. 퇴직 후 바로 은퇴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시간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점진적 은퇴'를 고려해야 한다.

―보험은 어떤 식으로 관리하는 게 좋은가

▲보험의 본질은 자신에게 치명적인 위험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보험 가입 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보장 금액은 유지하되 보장 기간을 줄이거나, 보장 금액을 줄이는 대신 보험료 납입을 완료하는 방법을 가져갈 수 있다. 목돈은 있지만 매달 보험료 납부가 부담스러운 경우, 선납을 통해 미리 납부하는 것도 방법이다. 선납 보험료 중 경과되지 않은 부분은 사고 발생 시 환급받을 수 있다.

―노후 자산 관리를 걱정하는 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람들은 미지의 길을 두려워하고 지나온 과거를 후회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래를 덜 불안하게 만들고 과거의 후회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 행동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올바른 방향으로 좋은 선택을 하고 행동하면,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될 것이다.
막연한 불안감 대신 오늘 어떤 대비를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