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전력 강화나선 동남아… K방산, 핵심 파트너로 부상

파이낸셜뉴스       2026.03.03 18:16   수정 : 2026.03.03 18:15기사원문
남중국해 긴장에 각국 전력 강화
필리핀, HD현대重과 해군 현대화
호위함·경비함 등 12척 구매계약
태국·인니도 韓과 방산 협력 검토
퇴역함 공여, 韓 무기 신뢰 높여
현지 해군전력 담당하며 경쟁력↑
신규 함정 건조 계약으로 이어져
K9자주포 베트남 첫 수출 성과도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 "K9자주포, K2전차 등 육상 전력 뿐 아니라 최근 동남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해상 전력 강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과의 해양 방위산업 협력도 빠르게 확대되는 분위기입니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동남아에서 해군력 강화 움직임이 불면서 K방산과의 협력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남중국해의 약 90%에 대해 영유권 주장을 펴면서 역내 연안국들 사이에서 더 이상 외교적 수단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면서 일제히 해군 전력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들은 뛰어난 기술과 정확한 납기 일정, 합리적인 가격, 기술 이전에 대한 적극성 등을 갖춘 K함정과 무기체계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국내 퇴역함 공여는 동남아 해양 방산 협력을 이끄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무상으로 인도된 함정이지만 현지 해군 전력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한국 무기체계에 대한 신뢰도 함께 높아졌다는 평가다.

■해군력 증대 나선 동남아…파트너로 K방산 인기

동남아에서 한국과 해군 방산 협력이 가장 활발한 국가는 필리핀이다. 지난 1월 필리핀 해군은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원해경비함(OPV) '라자 술라이만'을 예정보다 약 5개월 앞당겨 인도받았다. HD현대중공업은 2016년부터 필리핀 해군 현대화 사업에 참여해 호위함과 원해경비함 등 총 12척을 수주했다. 이 가운데 5척은 조기 인도됐다.

노후 전력 비중이 높았던 필리핀 해군은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함정 전력 현대화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미국 허드슨연구소의 패트릭 크로닌 아시아태평양 책임자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필리핀 해군은 점점 더 전문화·고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유도미사일 호위함 '미겔 말바르함'과 '디에고 실랑함'은 남중국해 작전에 투입되며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업계에서는 한국기업이 향후 필리핀의 추가 호위함 도입과 전투체계(CMS) 업그레이드 등 후속 사업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태국도 한국을 주요 파트너로 검토하고 있다. 태국은 약 3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4000t급 호위함 4척 도입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앞서 2018년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태국 해군에 '푸미폰 아두야뎃함'을 성공적으로 인도한 경험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네시아 역시 나투나 제도 인근 긴장 고조 이후 해군력 증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형 수상함과 잠수함 도입을 병행하는 가운데, 중형급 함정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이 거론된다. 말레이시아 또한 해군 현대화 과정에서 한국 업체들과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방산 업계에서는 동남아 해군 현대화 시장이 향후 10년간 수십 조 원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업체들이 고가·장기 납기 구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한국은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과 빠른 인도, 기술 이전 및 현지 건조 협력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특히 동남아 국가들이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정치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단순 무기 판매를 넘어 장기 유지·보수(MRO)와 인력 교육까지 패키지로 제시하는 점도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퇴역함 전략'… 신뢰 구축 마중물

군함 건조와 별개로 퇴역함 공여는 동남아 협력의 상징적 사업으로 평가된다. 30년 이상 운용된 함정을 무상 제공함으로써 상대국 해군이 한국 체계에 익숙해지도록 하고, 향후 신규 함정 수주로 연결하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 함정을 무상 제공함으로써 해당 국가의 해군이 한국 시스템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하고, 향후 신규 함정 건조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지난해 K9자주포 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베트남 사례가 대표적이다. 방산 업계 안팎에서는 수 년에 걸쳐 여러 퇴역함을 인도하면서 누적된 협력 사례와 신뢰가 동남아·공산권 최초 K9자주포 계약 성사에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트남은 2017년 김천함을 인수해 HQ-18로 재취역시켰고, 2018년에는 여수함을 추가 도입했다. 2025년 말에는 제천함도 양도받아 전력에 편입했다. 이들 함정은 1200t급으로, 대함미사일과 함포, 기본적인 대잠전 장비를 갖춘 연안 방어 플랫폼이다. 베트남은 러시아산 킬로급 잠수함, 서방산 레이더·미사일 체계 등으로 해군 현대화를 진행해왔으나, 예산 제약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K퇴역함은 현실적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필리핀도 제비급 고속정, 충주함, 안동함 등 퇴역함 공여를 받으며 해양 방산 협력 확대에 나선 바 있다. 잠수함 운용 경험이 없는 필리핀 해군은 대한민국 해군의 1호 잠수함인 장보고함 인도를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필리핀 마르코스 대통령이 한화오션 경영진을 직접 만나 잠수함 도입 및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수중 전력 확대에 나섰다.

rejune111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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