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는 본안 심리' 헌재…재판소원 엎친 데 덮치나

파이낸셜뉴스       2026.03.04 15:57   수정 : 2026.03.04 16:07기사원문
사건 적체 속 재판소원 도입 앞두고 심리 지연 우려 확산
주진우 "지금 사건도 제때 처리 안 돼...사법 마비 자초"



[파이낸셜뉴스] 재판소원제(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제도) 심리를 맡게 될 헌법재판소의 2025년 기준 사건 처리 기간이 2년을 훌쩍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헌법연구관 등 인력을 보충하고 시스템이 정착되면 사건 처리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게 헌재 입장이지만, 재판소원이 본격 시행될 경우 재판 지연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4일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이 헌법재판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헌재의 지정재판부(3인으로 구성된 사전심사부)가 각하한 사건을 제외한 본안 사건 628건의 평균 처리기간은 753.2일(약 2년 1개월)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724.7일)보다 약 30일 늘어난 수치다.



헌재의 평균 처리기간은 2022년 이후 700~800일대를 유지하고 있다. 2023년에는 809.2일로 정점을 찍었고, 2024년에는 약 3개월 줄었으나 지난해 다시 1개월가량 증가했다. 2017년 평균 363.1일과 비교하면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지난해 전체 처리 사건 수는 3111건이었다. 이 가운데 550건(17.7%)은 헌법재판소법상 처리 시한인 6개월을 넘겼다. △2년 초과 288건(9.3%) △1년 초과 2년 이내 143건(4.6%) △180일 초과 1년 이내 119건(3.8%) △180일 이내 2561건(82.3%)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처리가 되지 않은 미제 사건은 1382건이다. 전년도(1401건)보다 소폭 줄었지만 최근 수년간 1000건을 웃도는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특정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이나 헌법소원 사건은 장기화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1월 말 기준 헌재에는 800건의 법률사건이 미제로 남았다. 공무원연금법 부칙 제4조 제1항 등에 대한 위헌소원은 2020년 8월 접수 이후 5년 넘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관계기관 의견 조회와 서면 공방이 반복되면서 심리 기간이 길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대통령·고위공무원 탄핵심판이 접수되면 최우선 심리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일반 사건 처리는 불가피하게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재판소원까지 대거 유입될 경우 기존 사건 처리 기간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진우 의원은 "현재 사건도 제때 처리가 안 돼 국민 불만이 큰 상황에서 재판소원 도입은 사법 마비를 자초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18일 참고자료를 통해 현행 9명의 재판관과 70여명의 헌법연구관 인력으로는 재판소원 증가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대법원 본안 사건 5만 건 중 30%만 재판소원으로 이어져도 연간 1만5000건 이상이 추가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법조계 역시 인력 확충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재판소원 도입 시 인력증원은 당연하다"며 "최소 연구인력이 50명 이상, 사무를 보는 직원들이 20명 이상 늘어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상소율이 높은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해보면 재판소원 도입 시 헌재 사건 부담은 300~400%가 될 것"이라며 "헌법재판관 숫자를 2배 이상 늘려 2개의 재판부를 구성해야 그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헌재는 전날 김상환 헌재소장 주재로 재판관 회의를 열고 후속 절차를 논의했다. 앞서 헌재는 2022년 재판소원을 도입한 대만 사례를 언급하며 초기 사건 증가 후 안정화 가능성을 설명했지만, 동시에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된다면 헌법연구관과 심판지원인력 증원을 위한 예산 확충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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