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다 탈모' 30대 중반의 서사

파이낸셜뉴스       2026.03.04 13:10   수정 : 2026.03.04 13:1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대학 졸업 후 몇 년만에 만난 남자들은 달라져 있었다. 그 머리숱 다 어디갔어? 하나같이 전부 탈모란다. 30대 중반, 내 인생에 없는 새로운 서사가 생겼다.

친구들이 다 탈모다. 친구들과 함께 탈모의 ‘현주소’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편집자주: 탈모 전문 콘텐츠를 만들다 탈모를 발견했습니다. 탈모를 치료하는, 탈모가 있는, 탈모가 두려운 사람들을 만나 탈모 해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탈모 전문가 100인 인터뷰> 기사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40대에 날벼락, ‘늦은 탈모’도 있다.


대학 시절을 돌아보면 신입생이나 예비역이나 남자들은 전부 같았다. ‘머리도 못 길러보고 죽은 귀신’이 붙었을까. 너도나도 덮수룩하게 머리를 길렀다. 머리숱은 또 어찌나 많은지 삽살개가 따로 없었다. A선배 역시 삽살개 무리에 속해 있었다. 그는 검고 숱 많은, 곱슬머리의 소유자였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나 내가 탈모 콘텐츠를 만든다고하니 본인도 탈모란다.

“곱슬이라 그런가? 그렇게 티나지 않는데?”

“이마는 아직 그대로야. 정수리가 많이 비었지.”

“어디 정수리 보여줘봐.”

“으 싫어싫어. 절대 안돼.”

그는 정수리가 보일까 턱을 치켜 들며 말했다. 집안에 탈모 유전이 있느냐고 물으니 대뜸 아빠 사진을 보여준다. 아… 강력한 유전자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아빠의 탈모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는 것. 그러니까 소위 ‘늦은 탈모’가 찾아온 케이스라는 것이다.

“40대 쯤? 아빠는 그때 탈모가 왔어. 나도 20대 후반부터 가늘어지는 것 같았는데 빠지는 걸 체감했을 때는 40대에 접어들어서야. 닮았겠지 아무래도. 늦게 시작된 것은 다행인데 결국 거의 벗겨진다는 건 서글프네.”

친구들 사이에서 도는 소문이 있었다. 탈모는 남성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는 20대에 시작되며 정도에는 차이가 있어도 시작 시기에는 오차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소문은 틀렸다. 탈모 시작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40대에 찾아오기도 한다.

탈모약 부작용은 NO, 번거롭고 비싼 약 처방


“약은 안 먹어?”

“먹지. 비싸잖아. 카피약 중에 인도약이 있어. 인도약 먹어.”

그는 탈모를 늦추기 위해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를 복용한다고 설명했다. 피나스테리드를 원료로 하는 약 중에는 프로페시아가 유명하지만 한 달 6만원 이상의 약값이 들어 인도 약으로 선회했다. 인도 약을 복용하면 한 달 약 값은 치킨 한 마리 정도다.

“약 먹고 불편한 점은 없어?”

“성기능 부작용 말하는거지? 몸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은 없어. 처방 받는 게 귀찮지. 보통 한 달 분량만 처방해 주거든. 생각보다 한달 빨리 지나 간다? 그게 귀찮아서 ‘탈모 성지’에 가는거야. 탈모 성지에 가면 3개월, 6개월 분량도 주거든.”

그가 말한 성지는 서울의 ‘종로 3가 일대’. 종로 3가에서 ‘탈모’라는 글자를 걸고 진료하는 대부분의 의원에서는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정밀한 진단 없이 3개월에서 6개월 분량의 약을 처방해 준단다. 탈모 유전이 있고, 실제로 탈모가 진행되고 있으며, 기저질환이 없어 단순하게 ‘탈모약’만 필요한 사람들은 종로 3가에서 속 편하게 장기간 복용할 약을 구매하고 있다고.

남자 50%는 탈모, 생각보다 흔해


그는 남자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탈모약을 먹는 동료들을 자주 마주쳤다고 회상했다.
주변 남자가 20명이라 치면 그 중 5-6명은 탈모, 그 중에서도 2-3명은 심각한 탈모인이라는 날카로운 분석이다.

“남자들끼리 모이면 그날 이야기 주제 중에 탈모가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해. 사무실에서는 후배들이 약을 챙겨먹길래 좋은 약이냐 물으니 비타민이래. 탈모약을 비타민이라고 표현하는거야. 매일 챙겨 먹으니까.”

어느새 우리는 누구도 탈모라더라, 누구는 약을 먹는다더라라며 ‘그래그래 탈모 흔하지’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그래. 탈모 흔하지. 선배와 나는 그렇게 위로하며 앞으로도 종종 서로의 정수리 안부를 묻기로 했다.

kind@fnnews.com 김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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