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해운·항공업계, 중동 사태 장기 대비..안정 성장 시나리오 '흔들'
파이낸셜뉴스
2026.03.04 17:00
수정 : 2026.03.04 1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장기화되면서 일본 경제에도 물가상승과 실질임금 하락 등 타격이 우려된다. 특히 원유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경우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31%포인트(p) 낮아질 것으로 추산됐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공급망 다변화 등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지정학 리스크 고조…안정 성장 시나리오 흔들리나
특히 우려되는 것은 물가 상승이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경우 일본은행(BOJ)의 2% 물가안정 목표를 크게 웃도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다카이치 내각이 목표로 하는 실질임금의 지속적 상승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일본은 수입 원유의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부분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2024년 기준 원유 수입의 95.9%가 중동산이며,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순으로 비중이 높다.
중동에서 일본까지는 유조선으로 약 20~25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해협이 봉쇄되더라도 즉각 공급이 중단되지는 않지만 장기화될 경우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진다.
구마노 히데오 제일생명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이번에는 유가가 최대 35% 상승해 배럴당 90달러 수준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원유 가격이 35% 오르면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5%p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는 “이럴 경우 휘발유 감세와 전기·가스요금 보조 정책 효과의 절반가량이 상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정책은 CPI를 약 0.9%p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해운업계, 장기화 대비 상황 파악 나서
해운업계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장기화를 대비해 대기 중인 선박의 식량 비축 상황 등 파악에 나섰다.
해운 업계 단체인 일본선주협회는 4일 이란 정세를 계기로 한 '해상 안전 등 대책 본부' 첫 회의를 개최했다. 현재 페르시아만 내 정박하고 있는 일본 관련 선박 44척 중 약 3분의 2가 원유 유조선이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협회 가입 해운사 간 정보 공유를 밀접하게 하기로 했다. 나가사와 회장은 "일본 상선이 피해를 입은 것은 없지만 앞으로 선원의 식량과 물 공급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해운 대기업들은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가와사키상선은 이가라시 다케노부 사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대책본부를 설치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장기화를 대비해 대기 중인 선박의 식량 비축 상황 등을 파악하고 있다.
일본우선은 페르시아만 내에 남아 있는 운항 선박에 대기 지시를 내렸다. 회사 측은 "항행 재개 시점은 상황을 면밀히 살피며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쇼센미쓰이는 24시간 체제로 선박 모니터링을 계속할 계획이다.
일본우선, 쇼센미쓰이, 가와사키상선 등 3사가 출자한 오션 네트워크 익스프레스는 페르시아만 내에 컨테이너선 1척이 남아 있다. 이미 페르시아만 발착 화물 신규 예약 접수는 중단됐다. 닛케이는 "항행 정지가 길어지면 싱가포르 등 다른 항구에서도 컨테이너가 체류하는 등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항공사들, 결항 확대에 국제선 강화 방침 재검토하나
일본 항공사들은 사태 장기화시 결항 확대와 국제선 수요 감소, 경영 실적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일본항공(JAL)은 하네다-카타르 도하 노선을 오는 8일까지 결항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큰 영향은 없지만 일본 항공업계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코로나 사태 당시 겪었던 '수요 절벽'이라는 악몽이 재연될 것을 경계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중동 뿐 아니라 중동을 경유한 유럽·아프리카행 환승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우려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주요 항공사들이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추진해 온 국제선 강화 방침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JAL과 ANA홀딩스는 2030년까지 국제선 규모를 2025년 대비 1.3배 확대할 계획이다. 국제선 강화를 통해 국내선의 영업 적자를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중동 사태는 유가 상승에 따른 연료비 부담까지 지우고 있다.
항공 경영 전문가들은 "전쟁 장기화 시 여행과 출장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연료비는 항공사 비용의 20∼30%를 차지하는 만큼,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한 비용 삭감 등 비상 경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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