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곧 시행, 혼란 줄이고 노사 신뢰 쌓길

파이낸셜뉴스       2026.03.04 18:40   수정 : 2026.03.04 18:40기사원문
글로벌 리스크 속 오는 10일 시행
정부 석달 집중 점검, 기간 늘려야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가 마침내 오는 10일 시행된다. 원·하청 구조에서 원청 사용자의 책임 범위를 늘리고,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이 법을 놓고 첨예한 논쟁이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다. 법 시행은 코앞에 닥쳤는데 찬성 측은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 강화라는 명분을, 반대 측은 기업 경영권 침해라는 우려를 내세워 팽팽히 맞서고 있다.

법 시행은 확정이다. 문제는 이 법이 사실상 '개문발차'에 가깝다는 데 있다.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기준, 교섭 의제의 범위, 하청노조와의 교섭 절차 등 핵심 쟁점들이 여전히 모호한 가운데 사용자 측은 법은 지켜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했다. 혼란을 줄이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을 공개했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하청업체가 경영권을 침해하고 분쟁을 유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점은 법 시행 시점이다. 미국발 관세 리스크,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고환율·고금리에다 중동 리스크까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가운데 우리 기업들은 전례 없는 대외 불확실성 위기에 빠졌다. 이런 시기에 모호성이 다분한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기업 경영은 더 혼란스러워질 게 뻔하다.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대외 악재가 줄줄이 발생하는 와중에 노사 갈등마저 심화된다면 기업으로선 사면초가, 진퇴양난에 빠지게 될 것이다. 노란봉투법을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다. 대외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마당에 노사 관계의 안정마저 흔들릴까 걱정하는 것이다.

이런 기업들의 사정을 감안해 정부는 시행 후 첫 3개월을 집중점검 기간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사업장 현장에서 벌어질 혼란과 기업 불확실성 최소화를 목표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의 이런 방향 자체는 옳다. 시행 초기부터 법의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3개월의 집중점검으로 과연 현장의 혼란을 파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법 시행의 파장은 단기간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개별 사업장 단위의 분쟁은 수개월의 교섭과 소송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그 실태가 드러나는 법이다. 이런 이유로 법 시행 이후 정부가 집중적으로 점검하겠다는 것이 형식적인 행위에 그치는 것 아닌지 염려스럽다.

특히 주목할 점은 노조가 법 취지를 벗어나 노조 이익을 관철하려고만 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다. 국내에서 노조 행위는 정치화·이념화의 모습도 보이고 있어서다. 노란봉투법의 취지가 원·하청 구조에서의 실질적 근로조건 개선에 있지만 이 법이 경영압박과 파업의 수단으로 변질될 소지도 얼마든지 있다. 법의 순수한 취지를 넘어서 노조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면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노사는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상생하는 협력적 관계다.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사 간 신뢰를 쌓는 일이다. 그러나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법 시행 초기에 발생할 혼란들이 가중된다면 오히려 노사 관계에 심각하게 금이 갈 수도 있다. 정부는 법의 시행착오를 조기에 발견하고 가감 없이 고쳐나가야 한다. 특히 시행 이후 단기간 집중점검에 그칠 게 아니라 연내까지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현장점검 체계를 가동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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