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로 탈모 치료를?
파이낸셜뉴스
2026.03.05 10:31
수정 : 2026.03.05 10:31기사원문
-호르몬 조절로 탈모 치료 어려운 경우 '보톡스' 치료 병행하기도
-보톡스로 경직된 두피 근육 이완, 혈류 늘려 두피 생태계 개선에 도움
-전신 부작용 줄이고 국소 탈모 치료 가능한 보톡스, 치료 진입 시기에는 제한적
[파이낸셜뉴스] 오랜 시간 동안 탈모 치료는 ‘호르몬과의 전쟁’을 치뤄왔다. 유전적 요인과 남성호르몬의 산물인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를 어떻게 억제하느냐가 중요하게 여겨졌다. 무기로는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 같은 경구용 약물이 쓰였다.
최근에는 치료 방법이 다양해졌다. 그 중 '보톡스'를 활용한 치료는 눈여겨 볼만한 효과를 내고 있다.
편집자주: 김진오 원장은 MBC <나혼자산다>를 비롯해 EBS <평생학교> MBN <특집다큐H> 유튜브 채널 <모아시스> 등 다양한 콘텐츠에 출연하는 것은 기본, 대한성형외과의사회와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등 다양한 학회에서 활동하고 논문과 저서를 집필하며 탈모를 파헤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앞으로 김진오 원장이 파이낸셜뉴스와 칼럼을 연재합니다. '모발의 신' 김진오 원장의 탈모의 A to Z를 기대해 주세요.
탈모, 호르몬 조절이 전부는 아니다
실제 탈모 치료 임상 현장에서는 호르몬 조절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두피라는 물리적 환경이 무너진 경우다. 흔히 탈모의 원인을 모근의 유전적 결함으로만 치부한다. 그러나 두피는 하나의 정교하고 역동적인 생태계다.
안드로겐성 탈모가 진행될수록 환자의 두피는 점진적으로 얇아지고, 피부 아래의 근육과 건막은 비정상적으로 딱딱해진다. 두피가 긴장하면 그 사이를 지나가는 미세 혈관들은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좁아진다. 피가 돌지 않는 땅에 영양이 풍부할 리 없고, 산소가 부족한 모낭은 결국 저산소증에 시달리게 된다.
저산소 상태는 DHT의 공격성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된다. 모낭 주위의 산소 분압이 떨어지면 남성 호르몬이 모낭을 위축시키는 반응이 더 활발해진다. 이 사실은 탈모가 단순히 호르몬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즉, 현대인의 탈모는 호르몬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그 씨앗을 품고 있는 토양이 돌처럼 굳어 산소와 영양을 차단하고 있는 환경적 이유이기도 한 셈이다.
두피 환경 개선하는 新 탈모 치료, 보톡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의학계가 주목하는 보툴리눔 톡신, 흔히 ‘보톡스’라 불리는 물질의 활용법은 주름 개선을 넘어선 새로운 탈모치료 방법으로 등장했다. 보톡스의 핵심은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방출을 일시적으로 차단하여 근육의 긴장을 줄여주는데 있다.
보툴리눔 톡신을 두피의 모상건막 주위에 전략적으로 투여하면,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두피 조직이 이완되며 혈관에 가해지던 물리적 압박이 비로소 사라진다. 억눌려 있던 혈관이 다시 숨을 쉬며 확장되면 두피 내 산소 공급량이 급격하게 회복된다. 이는 단순히 혈류를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모낭 세포의 신진대사를 활성화하고 세포 자멸을 억제하는 생물학적 환경을 만들어준다.
실제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보툴리눔 톡신 요법을 통해 모발 밀도가 단위 면적(cm²)당 평균 24가닥 이상 증가하는 결과가 관찰되었다. 100유닛(U) 정도의 용량을 6개월 정도 주기로 투여했을 때 좋은 효과를 보였다. 이는 보톡스가 기존의 약물 요법에 지친 이들에게 제시된 매우 좋은 대안임을 보여주는 결과다. 모발의 생장 주기를 고려할 때 6개월이라는 시간은 굳은 땅을 일구고 새싹이 돋아나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이며, 이 기간을 거치면 모발의 개수뿐만 아니라 굵기 역시 유의미하게 회복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 효과는 남성 환자군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남성형 탈모 환자의 두피가 여성에 비해 물리적 긴장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물론 여성형 탈모에서도 효과가 있다. 전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경구용 약물 복용이 조심스러운 여성들에게, 오직 두피라는 국소 부위의 환경을 조정하는 이 방식은 안전하면서도 강력한 비호르몬적 치료법이 된다. 현대 의학이 추구하는 맞춤형 치료, 즉 환자의 생활 패턴과 신체 조건을 고려한 정교한 접근인 것이다.
전신 부작용 줄이며 탈모 치료 가능하지만 치료 기간에는 제한
단, 전제 조건이 존재한다. 보툴리눔 톡신 요법은 모낭이 아직 살아있을 때 효과가 있다. 이미 흉터화가 진행되어 모공이 사라지고 퇴화 상태라면, 아무리 혈류를 개선하고 산소를 공급해도 새로운 머리카락이 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적극적인 개입이 중요하다. 모발이 가늘어지기 시작하고 두피가 이전보다 딱딱하게 느껴지는 초기와 중기의 환자들에게 두피 환경을 개선이 의미가 있다. 보톡스는 단순히 일시적인 방편이 아니라, 무너진 생태계를 복원하여 모낭 스스로가 건강한 모발을 밀어 올릴 수 있도록 돕는 개간 작업이다.
결국 탈모 치료는 보이지 않는 호르몬이라는 적과의 소모전을 넘어, 우리가 딛고 있는 토양 자체를 복구하는 통합적인 관리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거울 속 훤해진 정수리만 보며 한숨 쉴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본인의 두피를 손가락 끝으로 직접 만져보길 권한다. 만약 두피를 밀었을 때 좌우로 유연하게 움직이지 않고 두개골에 딱 붙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면, 그것은 모낭이 산소를 갈구하며 보내는 구조 신호일수도 있다.
kind@fnnews.com 김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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