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성공 가능할까?”···10년 전과 달라진 이창용의 답
파이낸셜뉴스
2026.03.05 14:41
수정 : 2026.03.05 16:28기사원문
IMF-태국중앙은행 ‘Asia in 2050’ 컨퍼런스 기조연설
이 총재는 5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태국중앙은행 주최 ‘아시아 in 2050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 같은 평가를 내렸다.
그는 “과거 아시아 고속 성장을 떠받쳐왔던 순풍이 약해지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역풍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며 “아시아가 앞으로도 세계 경제성장의 60%를 차지하는 엔진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가 지목한 세계 경제의 중대 변화는 크게 3가지다. 우선 ‘탈세계화’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필두로 한 블록화(fragmentation)를 뜻한다. 이 총재는 “가격경쟁력만 갖추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될 수 있다는 전제는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며 “지정학적 동조성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공급만이 재편되며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은 수혜를 입고 기존 공급망에 비교적 깊게 연계된 한국, 일본 등은 오히려 조정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다음은 ‘선진국들의 제조업 자립화’다. 아시아의 주요 수출 시장이었던 고소득국가들이 점차 자국 영토에 제조업 기반을 건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생산성 둔화, 녹색·디지털 전환 등 구조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정책은 필수적이라고 본다”며 “국제사회의 논점은 산업정책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닌 어떻게 할 것인가로 옮겨갔다”고 짚었다.
마지막은 ‘기술발전’이다. 이 총재는 지난 2019년 발표한 논문에서 고소득국들은 모두 예외 없이 제조업 고용비중이 한때 18%에 도달한 경험이 있음을 입증했으나, 지금은 신흥국들 수치가 13% 수준에 정체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기 탈산업화’가 진행 중인 셈이다.
이 총재는 “제조업보단 서비스 수출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며 “하지만 금융, 법률, 바이오 연구개발(R&D)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분야는 선진국이 강력한 우위를 선점하고 있어 아시아의 신속한 추격이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이 제약을 타개할 첫 변화로 ‘정부 역할에 대한 기대 조정’을 제시했다. 그는 “기술 최전선에 가까워진 국가일수록 모방할 선진 모델이 없고 정부가 특정 산업의 상업적 성공을 보장하기도 어려워졌다”며 “산업정책 대상도 제조업을 넘어 다변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정부가 정책 대상 기업을 선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금융기관과 위험을 분담하는 ‘온렌딩’을 통한 간접 지원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랜 기간 정부 지원에만 의존해온 한계기업들은 성장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지원 기업 선정은 민간 금융기관에 맡기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며 “성과가 나쁠 때 자금을 회수해 정책 금융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끝으로 특정 산업을 직접 지원하는 산업정책과, 경제 전반의 마찰을 줄이는 구조개혁을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총재는 “AI 같은 전략 산업의 육성이 미래 성장의 핵심 축이지만 노동시장 유연화, 연금 개혁, 여성·고령층 경제활동 참여 확대 등의 해결을 위한 구조개혁 투자도 절실하다는 것”이라고 구체화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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