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뒤에야 열린 문"...고독사 현장에서 수거한 것은 '망가진 안전망'

파이낸셜뉴스       2026.03.29 06:00   수정 : 2026.03.29 08:51기사원문
"숨 쉬기조차 힘든 악취" 기자가 목격한 방치된 죽음
구겨진 이불과 담배꽁초…'정리되지 못한 삶'의 기록
사자 마지막 배웅하는 특수업체 "사회적 시선 힘겨워"

방치된 죽음은 악취라는 신호로 사회에 보고됩니다. 고독사가 남긴 현장을 수습하는 특수청소 현장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단순한 오염 제거를 넘어 한 인간의 생애를 갈무리하는 노동의 실태와 사회 안전망의 한계를 기록했습니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악취가 생각보다 강합니다. 마스크 단단히 하세요."

지난달 26일 서울의 동대문구의 한 다세대 빌라 반지하. 골목과 거의 같은 높이에 붙은 낮은 창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창 아래 콘크리트 벽면에는 오래된 습기 자국이 얼룩처럼 번져 있었다. 시신은 이미 수습된 뒤였다. 이 공간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낸 이는 70대 남성이다.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낮은 창을 통해 희미하게 스며들었다.

특수청소는 고독사 현장에 남겨진 혈흔과 분비물, 부패취를 제거하고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는 노동이다.일반적인 청소와 달리 특수 장비와 약품이 동원되며, 방치된 죽음이 남긴 위생적 위해 요소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타인과 단절된 채 생을 마감한 이들의 마지막 공간이 어떻게 청소되는지, 그 노동의 무게를 기록하기 위해 기자는 방치된 죽음의 실태를 직접 확인하고 기록하기 위해 현장에 들어섰다.

작업복에 담긴 '마지막 배웅'의 무게


"이걸로 갈아입으시면 됩니다."

현관 앞 서너 명이 겨우 설 정도의 공간에 장비 가방이 내려졌다. 특수청소 업체 김도영 대표가 회색 전신 작업복을 꺼냈다. 작업복 지퍼를 목 끝까지 올리고 덧신을 신발 위로 당겨 씌웠다. 발목 고무 밴드를 조여 고정했다. 장갑을 두 겹으로 끼고 마스크 밀착 상태를 확인했다. 비닐 장갑이 서로 스치며 마른 소리를 냈다.

"그럼 이제 방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김 대표의 말에 따라 준비를 했다. 동시에 고인을 위한 마음 속 묵념을 가졌다.

반지하 방 철문이 열리자 안에 머물러 있던 공기가 밖으로 밀려 나왔다. 문턱을 넘는 순간 마스크 안으로도 냄새가 스며들었다. 오래 환기되지 않은 공간에서 나는 냄새였다. 습기와 생활 냄새가 섞인 공기가 방 안에 가라앉아 있었다. 마스크의 두터운 필터조차 비릿하고 묵직한 악취를 완전히 걸러내지 못했다. 단순히 오래된 집의 냄새가 아닌, 부패와 습기가 뒤엉켜 만들어낸 물리적 압박감에 가까웠다.

구겨진 이불과 담배꽁초…정리되지 못한 생의 마지막 흔적들


김 대표는 잠시 문 앞에 서서 안쪽 공기가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 몇 초 뒤 그는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섰다.

방 바닥에는 매트와 이불이 겹쳐 있었다. 이불은 완전히 개지 않은 채 구겨져 있었다. 그 주변으로 휴지와 담배꽁초, 생활용품이 흩어져 있었다.

바닥 한가운데에는 짙게 변색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얼룩은 매트가 놓여 있던 자리 주변에 집중돼 있었다. 그 부분의 마루는 다른 구간보다 색이 어두웠고 표면이 거칠게 일어나 있었다. 고인이 머물렀던 마지막 자리다.

바닥에 엉겨 붙은 휴지 뭉치와 오물들을 긁어모아 봉투에 담았다. 바닥 구석에 모여 있던 담배꽁초도 차례로 봉투에 담겼다. 검은 봉투가 바닥 옆에 하나씩 놓였다. 봉투가 바스락거릴 때마다 고인이 홀로 견뎠을 마지막 시간을 수거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2740원, 세상으로 향하려던 마지막 손길


잠시 손을 멈추고 방 안을 둘러봤다. 매트, 우편물, 동전, 작은 생활용품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누군가 이 공간에서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다는 흔적들이다. 벽 쪽으로 이동하자 우편물 더미가 눈에 들어왔다. 개봉된 봉투와 뜯지 않은 봉투가 뒤섞여 있었다. 옆에는 동전이 흩어져 있었다. 500원짜리 몇 개와 100원, 50원, 10원이 섞여 있었다. 합계는 2740원이었다. 생의 끝자락에서 그가 쥐고 있었을 이 작은 금액은, 그가 세상과 연결되려 했던 마지막 경제적 끈이었을지도 모른다.

주방을 확인했다. 냉장고 안에는 계란과 반찬 통 몇 개가 남아 있었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주변을 확인한 뒤 남은 물건을 봉투에 담았다. 가구와 짐들이 모두 빠져나간 빈 방에는 반지하 특유의 습한 기운만이 남았다.

누구도 알지 못했다, 악취가 문밖을 넘기 전까지


반지하 방에서 목격되는 고립의 흔적은 단순한 개인의 사연을 넘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고독사는 이제 특정 사건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사회 현상이다.

보건복지부가 2024년 10월 발표한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고독사 사망자는 366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3559명보다 102명 늘어난 수치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3053명으로 전체의 약 84%를 차지했다. 특히 50대와 60대 중장년층 남성이 전체 고독사의 53.9%에 달해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나타났다. 경제활동과 사회적 관계망이 동시에 약해질 수 있는 시기에 고립 위험이 집중되는 특징이 확인된 것이다.

고독사가 발생하는 장소 역시 대부분 개인의 주거 공간이었다. 주택이 48.1%로 가장 많았고 아파트 21.8%, 원룸·오피스텔 20.7% 순이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례가 이웃의 신고나 관리비 체납, 우편물 적체, 악취 같은 생활 징후를 통해 뒤늦게 발견된다. 현장에서 확인되는 낮은 창문, 개봉되지 않은 우편물, 바닥에 남은 동전 같은 물건들도 오랜 시간 이어진 고립 상태를 보여주는 흔적이 된다.

죽음 뒤의 사회적 상주(喪主), 특수청소부가 여는 문


시신이 떠난 자리에 남은 물건들은 한 인간의 생애를 증명하는 마지막 기록이다. 특수청소는 단순히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 아닌, 고인의 삶을 갈무리하는 과정이다.

고독사 현장에서는 장례 이후에도 남겨진 공간을 정리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특수청소 업체가 이 과정을 맡는 경우가 많다. 김 대표는 정리 작업의 시작이 물건 분류라고 설명했다. 바닥에 흩어진 물건을 하나씩 확인해 폐기물과 생활용품, 서류로 나누는 과정이다. 통장이나 문서 같은 물건은 따로 보관한다. 유가족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작업을 하다 보면 유가족으로부터 감사의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다. 김 대표는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줬다. "혹시 청소업체 찾는 분이 있으면 소개해 드리고 싶다", "덕분에 아버님 잘 보내드렸다", "수고 많으셨다" 등 가족의 고독사 현장을 정리해 준 데 대한 감사 메시지가 대부분이었다. 김 대표는 이 메시지를 받을 때면 이 일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특수청소는 사회적으로 크게 알려진 직업은 아니다. 그러나 고독사 이후 남겨진 공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노동이다.

이 때문에 특수청소 업계에서는 현장을 단순한 청소 작업이 아니라 정리 작업으로 부르기도 한다. 누군가 살던 공간을 다시 비워내는 과정이라는 의미다. 김 대표는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 것"이라며 "유가족이 뒤늦게 찾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남겨둘 수 있는 물건은 따로 보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유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상속을 포기해 수습의 책임이 온전히 임대인에게 돌아가는 사례가 빈번하다.김 대표는 “유가족들이 시신 인수를 포기하고 재산 상속 등도 포기하면 결국 임대인이 남은 보증금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는 보증금조차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노동의 과정 역시 처참한 시각적·후각적 고통을 수반한다. 김 대표는 "냄새나 오염물을 보는 게 일반인들에게는 트라우마가 될 수 있고 혐오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건 어차피 제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정작 그를 힘들게 하는 것은 사회적 시선이다.

그는 현장에 올 때마다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된다고 털어놨다.김 대표는 "이런 현장은 냄새가 많이 나는 편인데, 더 심한 곳은 작업 후에 식당을 못 갑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주변 분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눈치가 보여서 도시락을 싸 오거나 배달을 시켜 현장에서 먹어야 하죠. 안 좋게 보시는 분들도 많아 심리적으로 힘들 때가 많습니다"라고 털어놨다.

가족 해체·빈곤·사회적 무관심…잔혹한 '고독사 구조'




고독사는 개인의 고립을 넘어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징후다.전문가들은 고독사를 단순한 불운이 아닌, 가족 해체와 경제적 빈곤, 사회적 무관심이 결합해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로 규정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3년 발간한 보고서 '고독사, 우리 사회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인가'에서 고독사 문제를 사회적 고립과 연결된 현상으로 설명했다. 보고서는 사회적 관계와 지지체계가 없는 1인 가구가 급증해 왔다는 점을 주요 배경으로 지목했다. 특히 이번 현장에서 확인된 것처럼 70대 이상의 고령층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사회적 관계망이 급격히 위축되는 중장년층에서의 고독사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같은 현상의 이면에는 복지 사각지대라는 구조적 결함이 자리 잡고 있다.

고독사 위험군은 대개 경제적 위기와 건강 악화, 가족 관계 단절이라는 삼중고를 동시에 겪는다.그러나 현행 복지 시스템은 당사자가 직접 도움을 요청해야 작동하는 일부 신청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스스로를 고립시킨 이들을 찾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반지하와 같은 폐쇄적인 주거 환경은 이러한 고립을 더욱 심화시키며, 악취가 문밖으로 새어 나오기 전까지는 공적 개입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후 수습 위주의 대응을 반복하게 만든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생애주기별 사회적 고립 및 외로움 실태와 정책 과제'는 사회적 고립을 개인의 성향이나 선택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분석한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개인이 스스로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관리해야 할 사회적 위험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결국 특수청소 현장이 늘어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살아있는 사람을 챙기는 비용보다 죽은 뒤의 흔적을 치우는 사회적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하고 있다는 단면을 보여주는 증거다.


진진한 삶의 이야기를 활자로 기록합니다. 투박하더라도 현장에서 주워 담은 말들을 그대로 담아냅니다. 골목과 시장, 누군가의 일터에서, 우리가 지나쳐온 평범한 하루의 기록이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낮은 곳의 기록자]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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