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다 죽어”…호르무즈 봉쇄에 여천NCC 공급 불가항력
파이낸셜뉴스
2026.03.08 13:23
수정 : 2026.03.10 09:33기사원문
주요 업체들 일제히 가동률 감축하기로
나프타 가격 급등으로 수익성 악화
[파이낸셜뉴스]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나프타 조달에도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공장 가동률을 낮추기 시작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업계 전반이 셧다운(가동 중단)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일 시장조사업체 ICIS와 석화업계에 따르면 여천NCC는 지난 4일 주요 고객사들에 제품 공급 이행 지연 및 조정을 통보하고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연간 229만t 규모의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시설인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공동 투자한 곳이다. 작년 말 석유화학 업계 구조 개편으로 3공장이 가동을 중단했고 현재는 1·2공장만 운영 중이다.
여천NCC는 고객사에 보낸 서한에서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면서 원자재 조달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3월 인도 예정이던 원료 나프타 도착이 크게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1·2공장 가동률을 최소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은 여천NCC만의 문제가 아니다. 롯데케미칼, LG화학, 대한유화 등 국내 화학업체들도 유가 폭등과 나프타 수급 차질로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정기보수 일정도 앞당기고 있다. ICIS는 국내 NCC 가동률이 지난달 80%에서 이달 69%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유 가격 상승은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가격도 끌어올려 업계 원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나프타는 원유에서 정제되는 중간 유분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가격도 함께 상승해 제조 원가가 높아진다. 실제 이번 중동 사태 이후 나프타 가격은 약 20% 급등했다.
문제는 유가가 좀처럼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WTI 선물은 배럴당 81.01달러로 전장 대비 8.51% 상승했고 브렌트유도 85.41달러로 4.93% 올랐다.
이로 인해 석화업계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제품과 원재료 가격 차)도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손익분기점을 t당 250달러 수준으로 보지만 올해 1분기 스프레드는 t당 50~80달러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나프타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추가 악화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전례가 없어 당초 예상보다 나프타 수급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며 “사태가 장기화하면 셧다운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동률을 더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부는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가 54%에 달하는 수입 나프타 수급 불안을 고려해 업계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나프타 수출 물량의 국내 전환과 대체 공급망 확보 등을 검토하며 공급 안정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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