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늘리고 자사주 태운다"… 소각 기업 6배 급증

파이낸셜뉴스       2026.03.08 18:04   수정 : 2026.03.08 18:04기사원문
주당가치 상승에 주주환원 강화
상법 개정 맞물려 자본정책 변화
"외국인 투자 유입 확대에도 도움"



국내 상장사들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중심의 주주환원 정책을 잇따라 강화하고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과 자사주 소각을 원칙으로 하는 상법 개정 등 제도 변화가 맞물리면서 기업들의 자본 정책이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장기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논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기업 수는 지난해 6월 5개 수준에서 같은 해 말 기준 32개로 늘어나며 6개월 만에 6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2월 기준으로도 26개 수준을 유지하며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 정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취득한 자기주식을 시장에서 영구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으로 주당 가치 상승 효과를 가져오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이다. 과거 국내 시장에서는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주주환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매입과 동시에 소각을 병행하거나 소각 계획을 명확히 제시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시장의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배경에는 제도 변화가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의 배당에 대해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배당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이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제도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주당배당금(DPS)을 상향 조정하거나 배당 정책을 재정비하고 있다.

실제 기업들의 배당 확대 움직임도 뚜렷하다. 두산은 주당배당금을 기존 2000원에서 4000원으로 두 배 올렸고, 효성 역시 3000원이던 배당금을 5000원으로 상향했다. 기업들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총주주환원율을 높이려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도 이러한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개정안은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일정 기간 내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제도가 정착될 경우 그동안 논란이 됐던 '자사주 매입 후 미소각' 관행이 줄어들고 자사주 매입이 실질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 확대 역시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기업에 대해 자사주 매입·소각 프로그램 도입이나 배당 확대, 이사회 개편 등을 요구하며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압박이 기업들의 자본 정책 변화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장기적으로 외국인 투자자 유입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논의가 다시 부각되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을 평가할 때 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 정책의 지속성과 정보 투명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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