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감산에 수출 제한… 확산되는 '에너지 보호주의'
파이낸셜뉴스
2026.03.08 18:13
수정 : 2026.03.08 18:13기사원문
중동발 악재에 세계 공급망 위태
中·태국 자국제품 수출 중단 결정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도 폭등
韓정유공장 가동률 하락 등 우려
수입 다변화·자원확보 전략 필요
중동 전쟁 장기화 조짐 속에 산유국 감산과 정유제품 수출 제한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각국이 자국 공급을 우선하는 '에너지 안보' 대응에 나서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도 파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 5위 산유국인 쿠웨이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유조선 운항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원유 저장 공간 부족을 이유로 감산에 들어갔다.
앞서 이라크 역시 원유 저장 공간 부족으로 하루 150만 배럴 규모의 감산을 단행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일 자국 정유업체들에 정유제품 수출 중단을 통보했다. 지난 1일 태국이 정유제품 수출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인도 역시 수출 제한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우려로 원유 수급이 불투명해지자 각국이 자국 내 에너지 공급 안정과 가격 통제를 최우선시하는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도 즉각 반응하고 있다. 올해 초 배럴당 50~60달러대에 거래되던 UAE산 무르반 원유 선물 가격은 이달 현재 95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사태가 길어지면, 무르반 원유 선물 가격이 조만간 100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로 원자재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전력 비용 비중이 높은 알루미늄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알루미늄 제련은 전기료가 생산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에너지 집약 산업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이 곧바로 생산비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금속거래소에서 3개월물 알루미늄 선물 가격은 장 중 한때 5.1% 오른 t당 3418달러를 기록했다. 2022년 4월 이후 최고치다. 에너지 공급 불안이 산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수출 비중이 생산량의 절반을 넘는 한국 정유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유 도입 차질이 발생할 경우 정유공장 가동률 하락과 제품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태의 실장은 "정유제품 수출 제한 등은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질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단기 대응"이라면서도 "최근에는 에너지를 안보 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강해지면서 자원민족주의나 수출 통제 같은 조치가 이전보다 더 자주, 더 쉽게 동원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단기적으로 비축유를 활용해 대응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입선 다변화와 안정적인 자원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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