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인력난에 처한 중소조선소… 함정 MRO 기회 삼아야"
파이낸셜뉴스
2026.03.08 18:33
수정 : 2026.03.08 18:32기사원문
(3) 서용석 중소조선연구원장
中에 가격 밀리고 숙련공 떠나고
조선업 호황속에도 못 웃는 현실
美가 열어준 MRO시장 주목해야
대형·소형선 나눠 진입벽 낮추고
매사마골 정신으로 인재 길러야
국가 전략선대 등 자국건조 필요
【파이낸셜뉴스 부산=강구귀 기자】"중소조선소 매출 규모는 대형 조선소의 약 10% 수준이다."
서용석 중소조선연구원장(사진)이 보여준 한국 중소조선의 현 주소다. 조선산업이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시각과 달리 중소조선은 중국발(發) 가격경쟁의 유탄을 정면으로 맞고 있고, 숙련 인력이 빠져나가는 이중고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다.
■지속가능 위기, 함정 MRO로 뚫는다
서 원장은 8일 부산 강서구 녹산산단 중소조선연구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겉으로는 조선업이 호황이지만, 이 흐름이 꺾이는 순간 잠재된 약점들이 동시에 드러난다. 절대 수주량은 이미 중국이 앞서고, 숙련 인력은 빠져나가고, 신규 유입은 더디다"면서 "단순한 중소조선의 인력난이 아니라 기술과 경험이 산업 내에서 순환되지 못하는 '지속가능성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한 산적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17일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2026 fn조선해양포럼'이 열린다.
일단 서 원장은 함정 MRO를 해법 1순위로 꼽았다. 그는 "향후 5년은 친환경 선박과 함정 MRO가 가장 유력하다"면서 "정부가 함정 MRO 시장의 민간 개방을 검토하고 있어 중소조선업계에 분명한 기회다"고 밝혔다.
미·중 해상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은 동맹국 한국에 MRO 시장의 문을 열고 있는 상태다. 이 상황에서 그는 대형 함정보다 지원선에 주목했다. 미국이 필요로 하는 지원선은 MRO 물량이 충분하고, 미국 조선소의 신조 능력 약화로 한국 중소조선으로서는 유리한 기회가 만들어졌다는 판단이다.
다만 함정 MRO의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다. 함정은 보안과 전투체계 요구 수준이 높아 중소조선이 당장 전 영역을 수행하기 어렵다. 이에 그가 제시한 해법은 자격요건 분리다. 그는 "미국처럼 대형 함정과 소형선의 수리 자격요건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 중소조선소가 역량에 맞게 접근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방식이다"면서 "간헐적 발주, 보안·인증 체계 구축 비용도 장벽이지만, 핵심은 '진입 기회를 열어주되 지속성을 담보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조선협력의 성격이 달라진 것도 한국 중소조선에 온 기회다. 그는 "과거에는 인건비 절감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한미동맹 기반 역할분담형 상생 모델"이라며 "안보와 공급망이 결합된 협력은 지속가능성의 안전판이 된다"고 봤다.
■"귀한 것 얻기 위해 크게 투자해야 "
한국 중소조선이 함정 MRO 등을 통해 부활을 기대할 수 있지만 결국 사람이 남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는 "교육·훈련만으로 청년을 현장에 부를 수 없다. '귀한 것을 얻기 위해 크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매사마골(買死馬骨, 죽은 말의 뼈를 산다)의 각오가 필요하다"며 "인력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대우가 있어야 사람이 남고, 그래야 기술도 남는다"고 강조했다.
중소조선의 직원 처우는 대형 조선에 크게 못 미친다. 중소조선소는 대형조선소 수준의 임금을 맞출 여력이 없고, 기회가 되면 인력이 대형조선소로 수평이동한다. 그는 이 문제를 "기업에만 맡길 수 없다"며 "제도·정책·지역 차원의 해법이 함께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스마트화·자동화를 강조하는 것도 중소조선의 인력 개선과 연관이 깊다. 생산성을 높이는 것에 머물지 않고 현장의 위험과 고강도 노동을 줄여 '일할 만한 산업'으로 바꾸자는 주장이다.
그는 "국가전략선대나 국가 보조금을 받는 선사의 선대 중 일정 비율을 국내 건조로 의무화하는 조항이 필요하다. 중소조선소에 안정적 물량 기반이 만들어져야 투자와 경영이 선순환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산하 '범정부 컨트롤타워' 설립을 권고했다. 정책금융, 공공발주, 연구·개발(R&D) 실증, 인력양성을 패키지로 묶어 현장까지 내려가는 실행력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서 원장은 "중소조선을 해상 물류·안보의 기간산업으로 인식하고 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7~8년 전 무산된 스마트야드 국책사업이 이뤄졌다면 현재 중국과의 경쟁에서 훨씬 유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