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달러 뚫은 국제유가 "150달러 갈수도"
파이낸셜뉴스
2026.03.09 08:26
수정 : 2026.03.09 08:25기사원문
WTI 가격 배럴당 107.54달러 기록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7월 이후 처음
브렌트유 역시 장중 111달러 돌파하며 동반 급등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핵심 원인
골드만삭스 "호르무즈 리스크 장기화시 이달 말 150달러까지 상승"
[파이낸셜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걸프 지역 원유 공급망이 크게 흔들리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멈추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안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9일 국제 원유시장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한국시간 오전 7시30분 기준 전장 대비 14.85% 오른 배럴당 107.54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도 급등했다.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같은 시각 배럴당 107.54달러로 14.85% 상승했다. 장중 고점은 111.04달러를 기록했다.
유가 급등의 핵심 원인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공급망 충격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로, 중동 주요 산유국 수출의 대부분이 이 통로를 거친다.
현재 이 해협의 선박 통행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며칠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이란 관련 유조선과 중국 소유로 알려진 벌크선 두 척뿐이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크플러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통행량이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일주일 만에 약 9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선박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동안 호르무즈 해협에서 최소 9건의 선박 공격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7명이 사망했다.
수출길이 막히면서 중동 산유국들은 생산 조정에 들어가고 있다. 저장 시설이 빠르게 포화 상태에 이르자 일부 산유국들이 감산을 시작한 것이다. 이라크 남부 주요 유전의 원유 생산량은 이전의 3분의 1 수준인 하루 130만배럴로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라크의 원유 수출도 급격히 줄었다. 지난달 하루 333만배럴 수준이던 수출량은 현재 80만배럴 수준까지 떨어졌다.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란은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최고지도자로 선출했다. 모즈타바는 대표적인 대미 강경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이란 후계 구도에 자신이 관여해야 한다며 하메네이 가문의 권력 승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이란 군사·외교 압박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투자자 노트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이달 말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생산 및 수송이 3월 내내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정제유 가격을 포함한 에너지 가격이 2008년과 2022년 최고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클레이턴 시글 선임연구원은 "시장이 트럼프 행정부에 부여했던 유예기간이 지난 주말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하루 약 2000만배럴 규모의 공급 공백이 글로벌 원유 시장의 균형을 흔들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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