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억울하고 분하다" 독기 품은 류지현호, 초반부터 투수 들이붓는다

파이낸셜뉴스       2026.03.09 17:09   수정 : 2026.03.09 17:19기사원문
"우리가 흘린 땀이 억울하다"… 벼랑 끝에서 투지 깨운 결연한 미팅
'5점 차-2실점' 압박 버려라… "조급함 지우고 3시간 기회 살리자"
출전 불가 4명 빼고 전원 불펜행… 피홈런 두려움 지운 '정면 승부'



[파이낸셜뉴스] 운명의 주사위가 던져지기 직전, 도쿄돔의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비장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류지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결연한 투지와 함께 선수들을 향한 굳건한 믿음이 서려 있었다. 2009년 이후 17년 만의 2라운드 진출이라는 기적을 향한 180분의 혈투, 그 서막이 마침내 막을 올린다.

한국은 9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C조 호주와의 운명을 건 최종전을 치른다. 조별리그 전적 1승 2패로 벼랑 끝에 몰린 류지현호가 8강 무대를 밟기 위한 조건은 가혹하리만치 선명하다. 무조건 승리하는 것은 기본이고, 9이닝 기준으로 호주 타선을 ‘2실점 이하’로 꽁꽁 묶은 채 ‘5점 차 이상’의 대승을 거둬야만 한다.

류 감독은 경기 전 선수단 미팅을 가졌음을 밝히며, "지금까지 우리가 땀 흘리며 준비한 과정을 되새겨보면 지금의 이 상황이 너무나 억울하고 분하다"며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내 "끝까지 '우리는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경기에 나서자고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비록 몹시 어려운 상황이지만, 관점을 달리 보면 이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위대한 기회"라며 선수들의 끓어오르는 투지를 자극했다.

'5점 차-2실점'이라는 숫자의 압박감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류 감독은 "선수들에게 조건에 너무 얽매여 쫓기듯 급한 마음을 먹으면 오히려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며 "우리에게는 대략 3시간이라는 충분한 기회의 시간이 있다. 그 시간 안에서 각자 자신의 역할에만 충실해 준다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기적의 전제 조건인 '최소 실점'을 달성하기 위해 마운드 운용은 그야말로 '내일이 없는 사생결단'이다. 류 감독은 "오늘 투구 수 규정상 마운드에 오를 수 없는 투수 4명을 제외하고, 남은 모든 투수가 불펜에서 출격 대기한다"며 "무조건 실점을 억제해야 하므로, 현재 우리 팀에서 가장 구위가 좋고 경쟁력 있는 투수들을 경기 초반부터 아낌없이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총력전을 선언했다.

이번 대회 3경기에서 8개의 아치(홈런)를 내주며 마운드를 괴롭힌 '피홈런 공포'에 대한 명확한 해법도 제시했다.

류 감독은 "훈련 때도 느꼈지만, 도쿄돔은 체공 시간이 길어 타구가 예상보다 더 멀리 뻗어나가는 경향이 있다"고 짚으며, "호주 타자들의 타격 페이스도 만만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홈런을 피하려다 실투를 범하기보다는, 투수 각자가 자신이 가장 자신 있고 잘 던질 수 있는 구종을 선택해 포수 미트를 향해 후회 없이 자신 있게 던지라고 주문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억울함과 분함은 이미 뜨거운 불쏘시개가 되어 도쿄돔 그라운드 위에 뿌려졌다. 류지현호의 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적을 써 내려갈 3시간의 위대한 드라마가 지금 막 시작되려 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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