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 경제당국, 유가-물가-환율 돌발 '3高'에 비상체계 전환

파이낸셜뉴스       2026.03.09 17:51   수정 : 2026.03.09 21:58기사원문
유가 110달러 폭등·환율 1490원대 돌파
물가·유가·환율 돌발 '3高'에 경제당국 긴장
유가 60달러대로 짠 올 성장전략 빗나가
사태 악화땐 낙관 전망 폐기, 수정해야 할 판
미·이란 전쟁발 실물경제에 직격탄 우려
유류세 상한선 최대 37%까지 인하 가능성
석유제품 최고가 지정은 이번주 절차 착수
전쟁 위기상황에 상반기 추경 가능성 커져





[파이낸셜뉴스] 미국·이란 전쟁발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 실물경제 타격이 커지자 경제당국이 사실상 비상체계로 전환했다. 원·달러 환율마저 1490원대를 돌파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사태가 악화된다면 고유가에다 물가와 환율까지 '3고(高)'에 기존 낙관적 전망치를 폐기하고 경제전략을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에 대응해 상당부분 수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2년차를 맞은 이재명 정부의 경제 위기대응 정책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9일 정부는 가격이 급등한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 안정을 위해 이번 주 중에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지정하는 절차에 착수하는 동시에, 유류세를 내리고 소비자에 직접 지원키로 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소집한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경제당국은 이같은 내용을 보고하고, 대통령이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집행하라"고 지시했다. 재정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대책 이행 절차에 곧바로 착수했다.

경제당국은 실물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추가 대책을 찾고 있다. 당초 유가 60달러대로 올해 '2% 성장률'과 '2.1% 물가' 목표치를 잡았는데, 미·이란 전쟁으로 경제상황이 180도 달라져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앞서 재경부는 지난 1월 발표한 경제성장전략에서 국제유가를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62달러로 전년(69달러)보다 10%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김재훈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현재 여러 시나리오로 비상 대책을 검토 중"이면서 "당장에 석유제품 최고가격 지정과 유류세 인하 등으로 기름값 급등이 다른 민생 물가와 경기로 번지지 않도록 차단하는 조치가 우선"이라고 했다.

정부의 위기상황 물가 안정 대책 중 하나가 유류세 인하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2~3주 정도 안에 유류세를 법정 상한선(최대 37%)까지 크게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정부는 휘발유 7%, 경유 10%의 유류세 인하 조치를 유지하고 있는데, 정부가 법 개정 없이 낮출 수 있는 최대 한도(37%)까지 여유가 있는 편이다. 유류세 인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면 돼 절차가 비교적 신속하다. 지난 2022년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때도 그랬다. 그해 하반기부터 정부는 30%였던 유류세 인하율을 법정 최대한도인 37%까지 높인 바 있다.

이와 동시에 석유제품 최고가격 지정은 석유사업법에 따른 조치로 정부 고시로 최고가를 지정할 수 있다. 다만 최고가 지정 사전·사후에 정부 재정 투입과 기업 손실 보전 등 여러가지로 상당한 진통과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와 관련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기름값 최고가 지정은 최고가를 얼마로 하느냐가 중요한데, L당 2000원으로 한다고 하면 국민들에게 체감 효과가 전혀 없을 것이고 1500원이라면 정유사들의 손해가 커질 것"이라며 "기준을 잡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뿐 아니라, 원유에 붙이는 할당관세 인하도 가능하다. 할당관세율을 낮추면 수입비용이 줄어들어 휘발유 등 국내 석유제품 가격 인하, 연료비 부담 완화, 운송비(물류비)와 제조원가 절감 등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수 있다.

2026년 정기 할당관세 운용방안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주택 난방용 액화천연가스(LNG) 등 유종에 따라 관세율을 올해와 동일한 수준(0~2%)으로 유지하고 있다. 재경부는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 7월부터 세율 인하폭을 줄여 1% 할당관세를 적용할 계획인데, 조정 가능성이 있다.

중동사태가 악화, 장기화한다면 석유사업법상 최고가격 지정과 동시에 물가안정법에 명시된 과징금 환수 등과 같은 정부 수단을 더 꺼낼 수도 있다.

이와 동시에 경제당국은 가수요와 사재기 등 불안 심리가 일지 않도록 비축 물량을 풀어 수급 조절에 나설 계획이다. 산업통상부는 비상대응 시나리오에 따라 즉각적 효과가 있는 단계별 비축유 방출을 추진 중이다.



경제당국은 혼란을 틈 타 과도하게 가격을 올리거나 용량을 줄이는 행태, 사재기와 담합 등에 대해서는 연일 경고하면서 시장을 강하게 단속하고 있다. 실제 과징금을 매기거나 가격 재결정 명령 등의 고강도 제재는 이르면 상반기 중에 발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경쟁당국인 공정위는 설탕·밀가루·전분당 등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라면 등 가공식품과 석유시장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조사를 거쳐 실제 제재까지는 적어도 반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당장에 과징금 등의 제재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강도 높은 조사만으로도 가격 인상 억지, 체감물가 안정 효과가 있어 이런 전방위 조치를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물가 안정을 위해 2·4분기에 결정되는 전기·도시가스 등 공공요금도 동결이 확실시된다. 확장재정 기조 유지를 밝힌 이상, 정부는 유가 보조금, 에너지 수급 등을 반영한 10조~2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 또한 커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 침체라는 이유가 생겼고, 정 안되면 돈 풀기를 할 수밖에 없어 올 상반기 추경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전세계 석유 수송의 목숨줄과 같은 호르무즈해협을 끼고 벌어진 전쟁의 장기화, 중동 전역으로 전선 확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상의 수준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가격 담합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하며 자본·외환시장도 모니터링하겠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면서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큰 국내 시장에서 해외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주 실장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119달러까지 오른 이상, 지금은 경제 위기상황"이라며 "전쟁이 한 달을 넘어 길어지면 경제성장률 2%도 조정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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