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LNG 가격 고공행진땐 전기료 압박 커진다
파이낸셜뉴스
2026.03.09 18:27
수정 : 2026.03.09 18:27기사원문
2~5개월 뒤 발전 단가에 영향
한전, 이달 연료비 조정단가 발표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여파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정부의 물가 관리 기조와 연료가격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올해 2·4분기 전기요금은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정부와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이달 20일께 2·4분기(4∼6월) 전기요금 산정의 핵심 지표인 '연료비 조정단가'를 발표할 예정이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최근 3개월간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 연료 가격 변동을 반영해 ㎾h당 ±5원 범위에서 조정된다. 하지만 제도상 추가 인상 여력은 크지 않다. 한전은 2022년 3·4분기 이후 올해 1·4분기까지 15개 분기 연속으로 상한선인 '+5원'을 적용해 왔다. 현재 연료비 조정단가만으로는 추가 요금 인상이 어려운 구조다.
최근 국제 에너지 시장은 중동 긴장 고조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 유가 지표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 202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장중 한때 110달러 선을 돌파했다.
천연가스 가격 역시 급등세다. 아시아 LNG 현물 가격 지표인 LNG 일본·한국 마커(JKM)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전 100만BTU당 약 10달러 수준에서 최근 15달러 안팎까지 상승하며 약 50% 뛰었다. 다만 이 같은 가격 상승이 곧바로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국제 연료 가격이 실제 발전 연료비에 반영되기까지 일정한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통상 LNG 가격은 약 2개월, 유가는 약 5개월 정도 뒤에 발전 단가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상승한 연료 가격은 2·4분기보다는 하반기 전기요금 산정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부담 요인이지만 단기 수급 불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우리나라는 원유의 약 70%, 천연가스의 약 2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지만 현재 약 208일분의 비축유와 상당량의 천연가스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단기적인 공급 차질에는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중동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 하반기 전기요금 인상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전의 재무 부담도 변수다.
KB증권은 연평균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한전의 전력 조달 비용이 약 1조5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메리츠증권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한전의 연간 영업이익이 약 5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한전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 이후 급등한 발전 원가를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하면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누적 47조8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중동발 에너지 가격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전기요금과 공기업 재무 부담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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