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막히자 아시아-유럽 LNG 확보 경쟁 치열
파이낸셜뉴스
2026.03.10 14:33
수정 : 2026.03.10 14:3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중동 지역의 전쟁으로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아시아와 유럽의 에너지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발생했던 에너지 위기 상황이 4년 만에 재현되는 양상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공급되는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산 LNG에 높게 의존해왔다.
씨티그룹 통계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카타르산 LNG에 각각 15%, 대만은 30%를 의존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유럽에 비해 여름철 냉방에 필요한 전력 생산에 가스를 더 많이 사용해왔다.
LNG는 현물 보다 장기 구매 계약을 통해 주로 도입되나 일부 구매업체들은 가격이 높은 경우 구매를 철회하기도 하고 있으며 계약 직전에 수입선을 바꾸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전쟁 발발 직후 아시아에서 LNG 가격은 급격히 상승해왔다.
지난 9일 동북아시아 지역 천연가스 가격지표인 LNG 일본·한국 마커(JKM)는 100만BTU당 24.80달러로 전쟁 발발 직전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이는 1MWh(메가와트시) 당 73.10유로와 같은 수준이다.
같은날 유럽 LNG 가격은 전쟁 발발 직전에 비해 2배가 넘는 1MWh당 69.50유로까지 상승했다.
유럽 가스 구매 업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4년전 당시 러시아산 LNG 공급 감소와 비슷한 상황을 맞고 있다.
다만 아직 2022년 당시의 최고치인 342유로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유럽 가스 업체들은 4년 전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LNG 확보를 위한 대응력을 높이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와 장기 계약 부재가 새로운 위기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로펌 베이커 보츠의 파트너인 앨릭스 커는 "유럽은 이번 극단적 가격 상승 시나리오에 맞설 더 많은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 구매자들은 LNG 공급업체가 더 높은 수익을 위해 화물을 다른 곳으로 돌릴 경우, 과거보다 훨씬 높은 위약금을 부과하는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하기 시작했다.
행선지 제한이 엄격한 카타르산과 달리 목적지 지정이 자유로운 미국산 신규 LNG 프로젝트 물량이 시장에 많이 풀려 있다는 점도 유럽에 유리한 요소다.
상당수 유럽 가스 구매업체들은 글로벌 공급 과잉을 예상해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장기 공급 계약 체결을 미뤄왔으나 이 같은 신중함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드 맥켄지의 애널리스트 디 오도아르도는 "유럽연합(EU)의 새로운 메탄 배출 규제로 인해 향후 발생할 벌금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구매자들이 LNG 매입을 주저해 왔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장기 계약의 공백'은 전쟁 발발 상황에서 높은 비용 지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아시아와 유럽의 에너지 확보 경쟁으로 인한 가격 상승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천연가스는 석유보다 저장과 운송이 까다로워 가격 충격에 훨씬 취약하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길어질수록 단순한 해상 물류 차질이 실제 가스 부족 사태로 변할 위험이 커질 것"며 선적 불능과 저장 용량 한계가 겹치는 최악의 상황을 경고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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