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 동남아, 차세대 에너지 주목… SMR 격전지로 부상

파이낸셜뉴스       2026.03.10 18:14   수정 : 2026.03.10 18:13기사원문
베트남·필리핀 등 원전 도입 검토
설치 제약 적은 ‘SMR’ 대안으로
미국·캐나다·중국 등 기술 보유국
차세대 원전 주요 수출국으로 눈독
‘팀 코리아’도 신흥 시장 공략 나서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 최근 인공지능(AI) 등 산업 고도화에 따른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동남아시아 각국이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차세대 에너지 해법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현재 상업용 원전이 한 기도 없는 동남아 지역은 전력 생산의 대부분을 석탄과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지역에서도 전기를 많이 필요로 하는 산업 고도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도시 팽창으로 인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규모 원전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데다 섬과 산악 지형이 많은 지역 특성 상 비용이 적게 들고 설치 제약이 적은 SMR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컨설팅사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동남아는 2050년까지 약 25GW 규모의 원자력 발전 설비 구축을 위해 총 2080억달러(약 280조원) 수준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드맥킨지는 "초기 시장의 상당 부분이 SMR 형태로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내 원전 업계도 동남아 SMR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 '팀 코리아'는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를 독자 개발하며 수주 경쟁에 뛰어들었다. 동남아 국가들 사이에서는 기존 대형 원전보다 규모를 크게 줄이면서도 안전성과 경제성을 확보한 i-SMR에 대한 관심이 높아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MR 도입 검토하는 동남아 국가 늘어

10일 동남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필리핀·태국·인도네시아 등 주요 국가들은 SMR 도입을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대형 원전은 건설 기간이 길다는 한계를 고려해 SMR을 병행 도입하려는 전략이다.

베트남 국회는 지난해 12월 '2026~2030년 국가 에너지 개발 정책·기제 마련을 위한 결의안'을 통과시키며 원자력 발전 재도입을 공식화했다. 결의안에는 차세대 원자로 기술 도입 필요성이 언급됐으며 SMR이 베트남의 전력 구조와 지리적 조건에 적합한 기술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지 업계에서는 베트남 정부가 닌투언 1·2호기 원전 재추진과 함께 SMR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태국 정부도 SMR 도입을 공식화했다. 2024년부터 2037년까지의 전력 수급 계획인 '제8차 전력개발계획(PDP 2024)'에 SMR 도입을 포함시켰다. 필리핀은 2030년대 초 원전 도입을 시작해 2050년까지 약 2.4GW 규모 원자력 발전 용량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역시 첫 원전 건설을 목표로 수마트라와 칼리만탄 지역에 250MW 규모 SMR 건설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격전지로 떠오른 동남아 SMR 시장

미국, 캐나다, 영국, 러시아, 중국 등 주요 원전 기술 보유국들도 SMR을 차세대 원전 수출 산업으로 보고 동남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은 뉴스케일파워, 제너럴일렉트릭(GE), 웨스팅하우스 등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SMR 기술 개발을 추진하며 동남아를 주요 수출 시장으로 눈여겨 보고 있다. 러시아는 국영 원전 기업 로사톰을 앞세워 금융과 건설을 결합한 패키지 모델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도 일대일로 전략과 연계해 SMR 시장 개척에 나섰다. 국영 기업 중국핵공업집단(CNNC)은 SMR '링롱 원'을 앞세워 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CNNC가 개발한 링롱 원은 세계 최초의 육상 상용 SMR로, 2016년 SMR 가운데 처음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성 검토를 통과했다. 중국이 개발 중인 해상 부유식 SMR도 섬이 많은 동남아 국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 K-SMR 동남아 공략 본격화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국내 원전 업계도 동남아 SMR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을 계기로 싱가포르 에너지시장청(EMA)과 한국수력원자력은 SMR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싱가포르 정부 기관이 한국 원전 기업과 협력 협약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수원은 지난 6일 태국 전력청(EGAT)과 SMR 기술 세미나를 개최하며 기술 교류도 확대하고 있다. 또 한수원과 한국수출입은행, 필리핀 최대 민간 전력회사 메랄코는 SMR 사업 협력을 위한 3자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필리핀 시장 진출 기반도 마련했다.

'팀 코리아'는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i-SMR을 차세대 원전 수출 전략의 핵심 기술로 육성하고 있다.
i-SMR기술개발사업단은 지난달 27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표준설계인가를 신청했다.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하면 동일 설계 원자로의 반복 건설 시 인허가 절차를 단축할 수 있어 상용화와 수출 경쟁력 확보에 유리하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각국 에너지 당국자들이 경제성이 높은 한국 SMR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경쟁사들과의 전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수주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정부와 산업계 등 '원팀' 차원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rejune1112@fnnews.com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