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봉법' 첫날 교섭 요구 봇물, 극심해질 노사 갈등

파이낸셜뉴스       2026.03.10 18:28   수정 : 2026.03.10 18:28기사원문
청소 노동자도 "진짜 사장 나와라"
힘든 경제상황에 '춘투' 거세질듯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10일 시행됐다. 사용자 범위를 원청으로 확대하고 파업 손실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정리해고·구조조정까지 노동쟁의 대상을 넓히는 내용도 들어 있다.

예상대로 첫날부터 하청노조들의 교섭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대규모 '춘투'가 벌어질 조짐이다.

민노총은 이날 곧바로 금속노조 등 7개 산별노조 소속 사업장 등의 원청 사용자에게 교섭 요구 공문을 발송했다. 교섭을 회피하는 원청 사업장을 압박하는 투쟁을 벌이며 거부할 때는 오는 7월 15일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일정도 내놓았다. 민노총의 지침에 따라 교섭에 참여하는 사업장은 900여개이며, 조합원은 13만7000여명이다. 청소·경비 노동자와 택배 노동자들도 이날 "진짜 사장 나와라"라며 교섭을 요구했다.

정부는 노동계에 절제와 타협을 요청했지만 노동계가 귀담아들을 리 없다. 어떤 사업장에서는 생산공정과 무관한 급식업체 직원들까지 원청과 동일한 성과급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축소하기로 한 자회사 사업 노조원들은 본사에 고용승계를 주장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에 담긴 내용 이상의 요구가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이 하청업체와 용역업체들의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한 취지의 법률이지만, 예상한 수준 이상으로 노조의 움직임이 거세다. 이대로 가다가는 노동 현장이 거대한 시위판이 될 것이며, 산업계는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 과거의 '춘투'나 '하투'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전체 파업 규모도 커지고 전국에서 파업이 매일 벌어질 것이다.

사용자가 수많은 하청 노조들과 일일이 교섭을 벌일 수도 없다. 교섭 요구를 수용한다면 원청의 부담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이런 현실을 정부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아직도 사용자성의 모호함 등 갈등을 일으킬 요소들도 많다.

결과적으로 노란봉투법은 노동자의 피해를 부를 수 있다. 원청으로서는 극단적 대응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가령 과도한 요구를 하는 용역업체와는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다. 하청업체도 마찬가지다. 하청 노조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면 원청 노조원들의 임금이나 복지가 축소될 수 있어 노노 갈등이 발생할 소지도 다분하다.

노동자의 권리는 마땅히 보호해야 하지만 사용자의 권리보다 지나치게 강해지면 기업은 물론 경제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 첫날부터 벌어진 이런 혼란을 예상해 산업계는 이 법률의 문제점을 당국에 진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으로 벌어질 극심한 혼란을 다스릴 책임은 노란봉투법을 제정한 현 정부와 여당에 있다. 애매한 규정이 있다면 입법을 보완해 명확히 해야 한다. 행정력을 동원해 하청 노조의 교섭 대상에 선을 그어 주겠다는데, 한계가 없을 수 없다. 지금 상황에서는 노란봉투법이 유발할 문제들이 수없이 많다. 재점검하기 바란다.

노동자들은 파업을 최대한 자제해야 하며 사용자들은 우선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물론 업황이 좋은 업종의 기업이라면 상생의 뜻에서 처우개선과 고용보장을 약속할 수 있다.
문제는 윈윈하기 어려운 기업들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노사가 공멸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서로 양보해서 시행 초기의 알력과 갈등을 노사가 함께 극복해야 할 것이다.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