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분열의 비밀 스위치를 찾다
파이낸셜뉴스
2026.03.11 05:56
수정 : 2026.03.11 05:56기사원문
<12>숙명여대 약학대학 김용기 교수팀
세포 분열 오류 막는 원리 세계 최초 규명
유전정보 엉킴 방지하는 KDM4A 효소 발견
택배 상자를 열 때의 설렘, 기억하시나요? 대학 연구실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삶을 바꿀 놀라운 발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논문'이라는 두꺼운 포장지에 쌓여있을 뿐이죠. '언박싱 연구실'에서는 복잡한 수식과 이론 대신, 여러분이 알고 싶은 알맹이만 쏙 골라 담겠습니다. 자, 그럼 상자를 열어볼까요? 오늘 언박싱할 주인공은 바로 이 연구입니다.
■암 정복을 위한 새로운 항암 치료 이정표
이번 연구 성과는 암을 비롯해 세포 분열 이상이 원인이 되는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세포가 분열할 때 유전정보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으면 암과 같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찾아낸 원리는 세포 분열 이상 질환의 이해를 돕고 차세대 항암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데 핵심적인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생명의 가위, KDM4A 효소가 만드는 반전
우리 몸의 세포는 분열할 때 실처럼 길게 풀려 있는 DNA를 정확히 나누기 위해 단단하게 뭉친다. 이때 DNA가 엉키지 않게 실타래 역할을 하는 단백질에는 세포 분열을 돕거나 방해하는 여러 가지 '화학적 표시'들이 붙어 있다. 연구팀은 분열이 시작될 때 이 표시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정밀하게 추적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평소 유전자를 작동시키던 '활성 표시'가 세포 분열 초기 단계에서 급격히 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때 이 표시를 정확하게 잘라내는 가위 역할을 하는 효소가 바로 KDM4A다. 실제로 연구팀이 실험실에서 이 효소의 힘을 약하게 만들자, 평소라면 사라졌어야 할 표시들이 정상적인 세포보다 2배 이상이나 많이 남아 있었다.
가위 역할을 하는 효소가 제 기능을 못 하자 기존 표시가 지워지지 않았고, 그 자리에 새롭게 생겨나야 할 '압축 표시'들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DNA 뭉치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는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연구팀은 이 역동적인 변화를 마커 전환 스위치 메커니즘이라 정의했으며, KDM4A가 이 생명의 스위치를 조절하는 핵심 장치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세계가 인정한 연구결과
이번 연구는 숙명여대 약학대학 조예나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지난 2월 26일 세계적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해당 저널은 인용지수 14.1, 학술지 영향력 지표 상위 7.9%에 해당하는 권위 있는 학술지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와 기초연구사업 등의 지원을 통해 수행되어 한국 기초 과학의 저력을 입증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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