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치고 도주한 배달원, "족발 배달이 먼저" 진술에 '분통'

파이낸셜뉴스       2026.03.11 07:24   수정 : 2026.03.11 07:2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70대 할머니를 오토바이로 치고 달아난 30대 배달원이 경찰에 붙잡힌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배달원은 경찰 조사에서 "밀린 배달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현장을 떠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JTBC '사건반장'은 지난 10일 방송에서 뺑소니 사고 피해자인 70대 A씨의 사연을 전했다.

부산에 사는 A씨는 지난달 2일 저녁 집 주변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당시 사고의 충격으로 머리 부위를 크게 다쳐 기절했던 그는 의식을 회복한 뒤 자신이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한다.

이후 A씨는 당시 상황이 녹화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뒤늦게 살펴봤다. 해당 영상에는 좁은 길을 홀로 걸어가던 A씨의 등 뒤에서 오토바이 한 대가 맹렬한 속도로 접근해 그를 충격한 뒤 도주하는 모습이 담겼다. 가해 운전자는 쓰러진 피해자를 두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기만 할 뿐, 119에 구호 요청조차 하지 않고 아무런 조치 없이 자리를 떠났다.

추운 영하의 날씨 속에서 출혈을 일으키며 길바닥에 쓰러져 있던 A씨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길을 걷던 20대 여성이었다. 자신을 어린이집 교사라고 밝힌 이 여성은 A씨의 머리맡에 피가 흐른 자국을 본 즉시 119에 구조를 요청했다. 그는 구급대원과 경찰관들이 현장에 출동할 때까지 피해자의 곁을 떠나지 않고 보호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가해자의 이동 경로를 쫓았고, 그가 도주 도중 특정 족발 식당을 방문해 배달할 음식을 수령한 정황을 파악했다. 수사팀은 해당 음식점을 방문해 피의자의 신원과 전화번호를 확보한 뒤, 사건 발생 19일이 지나서야 30대 배달원을 경찰에 붙잡았다.

검거된 30대 배달원은 피해자 A씨에게 전화를 걸어 "할머니를 친 뒤 잠도 못 잤다"며 선처를 구하고 합의를 요구했다. 가해자의 간곡한 부탁에 마음이 흔들린 A씨는 "다시는 이런 행동하지 말라"며 용서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이후 가해자가 경찰에서 한 진술을 전해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해당 배달원은 수사 기관의 조사에서 "일단 족발부터 빨리 배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 일을 못 하게 될까 봐 겁이 나 도망쳤다"고 진술했다.

또한 그는 수사관으로부터 처음 출석 통보를 받았을 때 "그런 일이 있었냐"며 범행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A씨는 "30대 나이에 사고를 내고도 기억이 안 날 수 있겠냐.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었다. 합의해준 것을 크게 후회하고 있다. 사람이 죽어가는데 어떻게 배달이 더 중요할 수 있냐. 배달 기사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되고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현재 A씨는 당시 사고로 인해 머리에 중상을 입고 계속해서 병원에 통원하며 치료를 받는 중이다. 반면 가해 배달원은 합의를 마친 이후 아무런 연락도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배달원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다음 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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