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삼형제, 합산 영업익 10兆 시대에 성큼
파이낸셜뉴스
2026.03.11 08:53
수정 : 2026.03.11 08:53기사원문
5.8兆→9.9兆..고선가 수주잔고 본격 매출 인식
[파이낸셜뉴스] 국내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가 '수주 호황'을 넘어 '이익 호황'이라는 미증유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내년에는 합산 영업이익 10조원 문턱까지 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부가가치 선종 비중 확대와 신조선가 사이클 회복, 환율·원가 변수 안정이 맞물리면서 조선업 체질이 ‘물량 산업’에서 ‘마진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지난해 조선3사 모두 연간 흑자 후 폭풍 성장
11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합산 영업이익은 2024년 2조1750억원에서 2025년 5조9340억원, 2026년 8조2400억원, 2027년 9조9220억원으로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3년 만에 4.6배 성장이다. 2027년에는 '합산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목전에 둔 셈이다. 후행산업이라는 특성상, 2024~2025년의 고선가 수주잔고가 2027~2028년 실적의 '미래 보증수표'가 됐다.
이미 조선 3사는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합산 매출 50조원을 돌파했다. 13년 만에 처음으로 세 곳 모두 연간 흑자 대열에 올라섰다.
개별 조선사별로 보면 HD한국조선해양의 레버리지가 가장 크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29조9332억원, 영업이익 3조9045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전년 대비 매출 17.2%, 영업이익 172.3% 증가다. 영업이익률(OPM)도 2024년 5.6%에서 2025년 13.0%로 수직 상승했다.
이재혁 LS증권 연구원은 2026년 14.9%, 2027년 15.9%까지 올라갈 것으로 추정했다.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 단독으로도 2025년 매출 17조5806억원, 영업이익 2조375억원을 달성했다. '저가 수주 물량'이 빠지고 LNG운반선(LNGC) 등 고부가 선박이 매출에 본격 반영되면서, 2026년 이후 매출 33조~36조원대, 영업이익 4조9000억~5조8000억원대로의 도약이 예상된다.
한화오션은 '턴어라운드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2025년 매출 12조6884억원, 영업이익 1조1091억원을 기록하며 7년 만에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복귀했다. 영업이익 증가율이 전년 대비 366%에 달했다. 상선 부문만 놓고 보면 매출 10조5250억원, 영업이익 1조1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792% 폭증했다. 생산 안정화와 고마진 LNG선 매출 확대가 결정적이었다.
이 연구원 한화오션의 영업이익이 2026년 1조6460억원, 2027년 2조760억원으로 체급을 더 키울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률도 2024년 2.2%에서 2027년 12.6%까지 개선이 예상된다. 여기에 한화오션은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의 전초기지를 확보했다. 미국 특수선(함정·잠수함) 시장으로의 진출 가능성이 중장기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트리거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해양·가스'에서 존재감이 돋보인다. 2025년 매출 10조6500억원, 영업이익 8622억원을 달성했다. 2016년 이후 9년 만의 매출 10조원 복귀이자, 12년 내 최대 영업이익이다. 전년 대비 매출 7.5%, 영업이익 71.5% 증가했다. 이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이 FLNG(부유식 LNG 생산·저장·하역설비) 시장에서의 압도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영업이익이 2026년 1조6680억원, 2027년 2조51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2025년 8.1%에서 2027년 13.0%까지 개선이 기대된다.
■ 선종 믹스 질적 전환..탱커 구조적 기회 만들어져
K조선의 핵심 동력은 선종 믹스의 질적 전환이다. 한국 조선업이 2025년 한 해 동안 수주한 물량은 247척·1160만CGT로 전년 대비 8% 증가했다. 2026년에는 수주 목표치를 일제히 상향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수주 목표는 233억달러로 지난해 대비 29% 많다. LNGC를 중심으로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 선종 비중이 확대되면서 수주잔고의 질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클락슨 기준 LNG 액화 프로젝트에 따른 LNGC 소요 물량은 2026~2036년 누적 최대 314척에 달하며, 이 중 미국 프로젝트에서만 최대 148척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조선가 흐름도 긍정적이다.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2026년 1월 말 기준 184.29로 5년 전 대비 약 47%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5년 하반기 선주들의 발주 관망과 후판가격 약세로 지수가 일시 조정을 받았으나, LNGC 신규 발주 확대와 탱커선 신조 슬롯 부족이 겹치면서 2026년 중 랠리가 재개될 전망이다.
탱커 시장의 구조적 기회도 간과할 수 없다. 이 연구원은 미국-이란 갈등 이후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현실화되면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시황이 '구조적 공급 쇼티지(shortage)'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원유 탱커 오더북(수주잔고) 대비 선복량 비율이 역사적 저점인 약 15~20% 수준으로 떨어졌다.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 재개, 캐나다 트랜스마운틴 파이프라인 개통에 따른 원유 해상 수출 확대 등 톤마일 수요 증가 요인이 겹치면서, Aframax·Suezmax·VLCC 등 대형 탱커 발주가 조선소에 추가 기회를 제공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미 조선업 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도 올해 핵심 변수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4월 '미국 해양행동계획(MAP)'을 발표하며 조선업 재건 로드맵을 공식화했다. 핵심은 '브릿지 전략(Bridge Strategy)'으로, 자국 조선 인프라가 복원될 때까지 한국 등 동맹국 조선소에서 미국 규격 선박을 건조하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미국 함정 정비(MRO) 첫 수주에 성공했고,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는 양국 협력의 상징적 거점이 됐다. 업계에서는 마스가 관련 한미 협력 시장 규모를 약 1500억달러(약 210조원)로 추산한다. 상선에 이어 방산·MRO 영역까지 수익원이 다변화될 경우, K조선의 실적 체력은 현재 전망치를 웃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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