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 내기 골프 한 판?"…마약 음료 먹이고 스크린 조작

파이낸셜뉴스       2026.03.12 12:00   수정 : 2026.03.12 12:00기사원문
스크린골프 승부 조작 일당 9명 검거
골프 동호회 접근해 내기 유도
약물 투약·스크린 조작…7400만원 편취

[파이낸셜뉴스] 내기 스크린 골프를 치면서 음료에 향정신성의약품을 몰래 넣고 스크린 방향까지 조작해 판돈 수천만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수도권 스크린 골프장에서 내기 게임을 벌이며 판돈을 가로챈 일당 9명을 사기 및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하고 이 중 50대 남성 A씨와 B씨를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수도권 일대 스크린 골프장에서 피해자들과 내기 골프 게임을 하면서 음료에 향정신성의약품을 몰래 타 피해자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거나, 타격 직전 리모컨을 이용해 스크린 방향을 바꾸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골프 동호인 모임이나 단골 골프장을 통해 재력이 있어 보이는 피해자를 물색한 뒤 같은 취미를 매개로 접근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내기 골프 게임을 제안해 판돈을 걸고 게임을 진행했다.

이들은 리모컨과 USB 수신기를 준비해 스크린 골프 시스템을 원격으로 조작하고, 일부는 향정신성의약품인 로라제팜을 피해자 음료에 섞어 넣었다. 로라제팜은 불안과 불면 치료에 사용되는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로 중추신경계 활동을 억제해 졸림이나 집중력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이다. 특히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은 최근 '강북 모텔 살인사건'에서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약물군으로 술과 함께 복용할 경우 생명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범행 당시에는 피해자 외에 공범 3~4명이 함께 게임에 참여해 역할을 분담했다. 일부는 피해자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고, 다른 공범은 몰래 음료에 약물을 넣거나 약물이 든 컵으로 바꿔치기하는 방식이었다. 또 다른 공범은 스크린 골프 컴퓨터에 USB 수신기를 설치한 뒤 피해자가 타격을 위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리모컨을 조작해 스크린 방향을 바꿨다. 이로 인해 공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날아가 게임 결과가 뒤바뀌도록 했다.

경찰은 내기 게임 중 피해자가 무기력함 등 신체 이상 반응을 느끼고 평소보다 게임 결과가 저조한 상황이 반복되자 승부 조작을 의심해 제보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약 3개월 동안 총 10차례 범행을 저질러 약 7400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일당 중 범행을 주도하고 동종 전과가 있는 2명을 구속하고 공범 7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추가 피해 여부와 여죄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범행 도구로 사용해 피해자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범죄"라며 "유사 범죄에 대해 지속적으로 첩보를 수집하고 엄정하게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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